안녕하세요, 에디터 OH입니다. 일주일 전, 지난 레터를 마감하던 중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서둘러 레터를 마감하고, 이 말도 안되는 일이 해결되기를 기다리며 밤을 보낸 기억이 납니다. 그동안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마저 조심스러웠던 날들이 계속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안녕'해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음을 느낀 것 또한 사실입니다. 개개인의 생각과 가치관이 독립하며 존중받는 오늘날에 여전히 대다수가 동의하는 '정의'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거든요. 오늘의 레터를 기획할 때만 해도 지금의 상황을 예측할 수 없었기에 복잡한 심경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오늘의 레터를 마감하며 인트로를 작성합니다. 오늘의 맛 『정의 수업』입니다.

『정의 수업』은 스토아철학의 네 가지 핵심 덕목인 용기, 절제, 정의, 지혜를 소개하는 스토아철학 4부작 시리즈 중 세 번째 책입니다. 좋은 가치인 것은 알지만, 막상 설명하려면 막막해지는 스토아철학의 이 미덕을 저자는 이렇게 규정합니다. ‘용기’는 인생의 갈림길에서 결단을 내리는 의지라면, ‘절제’는 욕망과 충동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는 능력이며, ‘정의’는 선과 악을 구분해 타협하지 않는 태도라고요.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절제가 개인을 위한 미덕이라면, 정의는 개인을 넘어 더 큰 세상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정의는 냉소와 이기심을 넘어서는 ‘개인의 정의’부터 책임의 무게를 지탱하는 ‘타인을 위한 정의’, 사랑과 연민으로 나아가는 ‘세상을 향한 정의’로 점차 확장됩니다. 예컨대 책에서 소개하는 인물 중 현대무용가 마사 그레이엄은 올림픽 예술축전에서 작품을 선보여달라는 나치 독일의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세계무대에서 펼쳐질 공연은 누구도 거절할 수 없는, 평생에 한 번 올까말까 한 기회였을 것입니다. 그 무렵 40대에 들어선 그는 돈이나 무대 출연이 필요했던 배고픈 예술가였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이기심을 넘어 자신의 원칙을 따르는 길을 선택하며 불합리한 세상에 저항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또한 인류가 서로에게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하며 반핵·반전운동에 앞장서는 등 정의로운 행동으로 자신의 삶을 끌어 나갔죠.

세상의 부조리에 끌려 다니지 않고, 타인에게 더욱 관대해지며, 더 좋은 세상을 지향하는 삶의 방식은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완전히 바꿔 놓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이 세상의 불의가 뻔하고 지루한 것에 비해 정의는 얼마나 다채로운지를 깨닫게 됩니다.

⏩ 지금이 가장 빠르다

저자는 정의를 미루는 버릇과의 싸움이라 말하며 우리의 실천을 독려합니다. 책의 원제를 ‘지금 당장 옳은 일을 하라’라고 지은 이유도 그 때문일 겁니다.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는 히틀러가 정권을 잡았던 시절, 반 나치 운동을 벌이며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악을 보고도 침묵하는 행위 자체가 악이다. 악에 맞서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악에 동의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악에 맞서 행동에 나서지 않는 것 또한 악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다.” 이처럼 위기 속에서 정의의 빛이 어떻게 발휘되는지를 우리 앞에 생생하게 증언하는 『정의 수업』을 읽고 세계적 심리학자인 에디트 에바 에거는 “이것이 오늘날 필요한 메시지다”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냉소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방관은 악의 승리를 꽃피운다’, ‘능력 없는 선의는 무의미하다’, ‘숨기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일은 올바른 행동이 아니다’, ‘사랑만이 늘 승리한다’ 등 이 책에서 소개하는 실천법은 누구나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사람보다 물질을, 선의보다 성공을 앞세우는 세상에서 이 책은 자기 삶의 진정한 주인으로 거듭나는 방법을 제시하는 나침반이 되어줍니다. 이 책을 통해 이기심과 냉소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허무함과 무력감에 빠져들지 않고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 자신만의 길을 걸어갈 용기를 얻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