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소하지만 확실한 순간

저는 다섯 살 고양이 설탕이와 살고 있습니다. 함께 산 지는 3년이 됐지만 설탕이를 쓰다듬을 수 있게 된 것은 고작 반년 밖에 되지 않았어요. 모든 묘생이 그러하듯, 설탕이에게도 사연이 있습니다. 몹시 추운 날씨가 이어지던 이맘때쯤, 처음 설탕이를 구조했을 때만 해도 저는 이런 생활이 이어질지 몰랐습니다. 왼쪽 안구가 없는 설탕이를 발견하고 얼른 병원으로 데려갔습니다. 병원에서는 인간의 학대로 눈을 잃은 듯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식도도 기형이라 음식을 넘기기 힘들다고 했습니다. 장애가 있는 몸으로 다시 바깥에 돌아가면 얼마 못 가 죽게 될 것 같아, 어떠한 결심 없이 얼떨결에 난생처음 고양이를 키우게 되었습니다. 집에 온 지 2년이 넘도록 설탕이는 저의 기척이 느껴지면 숨숨집 밖으로 나오지 않고 아무리 배가 고파도 밥을 먹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설탕이는 제가 지닌 가장 큰 고민이 되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설탕이가 조금 덜 아프고 마음 편히 살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매일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고민을 설탕이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매일 2밀리미터 정도씩, 아주 서서히 가까워졌고, 지난 여름 어느 날 처음으로 머리를 쓰다듬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제게 다가와 머리를 꿍 부딪히며 쓰다듬어 달라고 드러눕는, 그런 ‘흔한’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설탕이는 제가 가장 사랑하는 고민이 되었습니다.

💬 설탕이도 질투하는 일러스트! 최고의 동물 그림 일러스트레이터로 인정받고 있는 윤예지 작가님의

귀엽고 산뜻한 일러스트를 표지로 해 고양이처럼 곁에 두고 싶은 책을 만들었습니다.

2권까지 나온 『고양이를 처방해 드립니다』 시리즈에는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인물들이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얻으며 자연스럽게 삶을 변화시키는 모습이 때로는 흥미롭게, 종국에는 감동적으로 그려집니다. 인물들이 느끼는 위로는 단순히 고양이가 귀엽다거나, 고양이와 함께하는 생활이 재밌다는 데서 오는 것은 아닙니다. 소설 속 인물들은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고, 고양이의 따뜻한 무게를 느끼는 일이 순간의 기쁨과 위로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들은 고양이와 함께한다는 것이 고양이의 아픔까지 공유하는 것이고, 이별을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도 찾아온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유타가 ‘고코로 병원’을 처음 방문한 것은 직장 내 괴롭힘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어떻게 하면 그만두지 않고 계속 다닐 수 있을지 고민하던 때였습니다. 그러나 고양이를 처방받은 후에는 사회적 시선과 가족의 기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고양이와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유타의 고민은 고양이와 자신의 삶 자체가 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실은, 고양이는 고민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고양이는 그냥 자기 자리에 있을 뿐이죠. 하지만 동시에 고양이는 고민하는 일 자체를 뒤흔들어 놓습니다. 고양이는 우리가 삶에서 무엇을 고민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바꿔버리는 존재입니다.

소설 속의 고민, 직장이나 인간관계에서 겪는 문제들이 가벼운 것이라 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렇지만, 악덕 기업을 그만두지 못하는 청년 유타 또한 겪었듯이, 그러한 고민은 사랑하는 존재를 지키기 위한 선택 앞에서는 부차적인 문제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 고양이는 생각보다 강인합니다

오늘 소개한 『고양이를 처방해 드립니다』는 얼마 전 1권에 이어 2권이 출간된 시리즈입니다. 1권에 이어 2권에서도 말랑하고 폭신한 고양이를 만날 수 있다니, 너무 좋지 않나요? 그럼, 『고양이를 처방해 드립니다』를 먼저 맛본 1BITE팀의 리뷰를 소개합니다.

지난 호에서는 『불안사회』를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하기를 멈추지 말아야 할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불안의 시대, 단절보다 연대를 해야할 필요성을 더욱 느낄 수 있었는데요, 1BITE를 통해, 책을 통해 희망을 느꼈으면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구독자분들의 불안과 희망을 나눕니다.

저 역시 의식하지 않아도 수시로 밀려오는 존재가 있다면 그건 바로 '불안'입니다. 식구는 홀수해마다 늘어만 가는데 수입은 그대로고, 업무적인 스트레스는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를 정도로 사방에서 대기 중이고... 하지만 오늘 이 레터에서도 말씀하셨듯 그럼에도 희망밖에는 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희망이라는 거, 언제나 책으로부터 나오더라고요. 책을 통해 생각을 거쳐 행동으로 나도 모르게 움직여지고 느껴지는 순간. 저는 그 순간이 좋습니다. 그래서 책을 놓을 수가 없나 봅니다.

이번 레터를 통해 『불안사회』를 맛보고 일상에서 종종 느끼고 있는 불안감의 실체가 무엇인지, 불안감은 어디서부터 기인해 오고 있고 그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것은 무엇인지 알아보고 싶어졌습니다. 나를 괴롭히는 상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상대를 간파해야 하며, 상대의 본질을 깨달았을 때 초연한 자세로 관찰자 입장에서 상대를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를 괴롭히는 상대는 불안감인데요, 실체 없는 불안감은 주기적으로 저를 찾아와서 밤잠을 설치게 만듭니다. 『불안사회』를 통해서 불안으로 점철된 현대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 보고, 저자가 강조하는 '희망'의 중요성을 깨닫고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