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BITE] 불안 속을 걷고 있는 당신이 꼭 알아야 할 이것.

2024. 11. 26.

[🍽1BITE #53] 불안사회

🌱 행복해져야 한다는 불안

안녕하세요, 에디터 OH입니다. 요즘 저의 유튜브 알고리즘에 '행복' '인생의 의미'에 대해 인사이트를 던지는 교수님들의 영상이 많이 뜹니다. 검색창에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쳐본 것도 아닌데도 말이죠. 이미 방송과 책으로 유명한 분들이 출연한 영상들은 이미 몇십만 뷰를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조회 수만큼이나 많은 댓글도 달렸고요.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내용을 이렇게 영상으로 볼 수 있어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듭니다. '우리는 행복하게 사는 방법마저 배워야하는 구나'. 우리는 행복한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어떻게 해야 행복해지는지를 모르는 모양입니다. 그저 행복해져야 한다는 불안만 안고 있을 뿐이죠. 오늘 소개할 책은 지금 우리를 비추는 거울과 같은 책입니다. 불안에 떠는 우리를 직시하면서도 불안에서 벗어날 용기를 주는 책, 『불안사회』입니다.

─ 오늘의 Chef. 백지윤 (『불안사회』 편집자)

몇 해 전,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전에 없던 팬데믹 상황을 기억하시나요? 의료 체계는 붕괴했고, 양상은 정치 갈등, 세대 갈등, 인종 갈등으로까지 번지며 걷잡을 수 없이 악화했죠. 무엇 하나 확실하지 않은 정보의 쓰나미 속에서 사람들은 불안감을 숨길 수 없었습니다. 불과 몇 년 전의 일입니다. 세계에는 여전히 전쟁과 내전을 겪고 있는 국가가 수없이 많으며, ‘오늘이 가장 추운 날’이라는 말처럼 기후위기도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물론 팬데믹, 전쟁, 기후위기를 떠올리면 나와는 조금 거리감이 있는 문제들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건 이런 거시적인 문제들뿐만이 아니죠. 최악의 취업난과 물가 상승, 노인 빈곤처럼 일상적인 문제들 또한 쉼 없이 우리의 불안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불안이 잠식한 이 사회에서 ‘희망’은 마치 환상 속에만 존재하는 무언가처럼 아득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그런데 이 불안의 시대를 누구보다 통렬히 비판하면서도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유일한 해결책으로 ‘희망’을 제시한 인물이 있습니다. 그는 바로 철학자 한병철입니다.

🔎시대의 상처를 진단하는 철학자, 한병철

‘세계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살아 있는 철학자’로 알려진 철학자 한병철은 10년 전 『피로사회』를 출간해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그의 대표작 『피로사회』는 2012년 한국에도 소개되어 누적 17만 부가 팔리고 주요 언론 매체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는 등 한국 사회를 꿰뚫는 키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시대마다 그 시대에 고유한 주요 질병이 있다”라고 말하는 그는 신작 『불안사회』에서 이 시대의 질병을 ‘불안’이라 진단하며 불안이 잠식한 사회에서 끊어져 버린 연대와 만연한 혐오에 경종을 울립니다. 불안에 잠식되어 미래를 그리지 못하고 과거의 트라우마에 빠져 허우적대는 삶은 그야말로 ‘생존의 삶’ 그뿐이라고 말하면서요.

우리를 집어삼킨 불안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력해지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미래를 그릴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사람들은 쫓기듯 주식 투자를 하고,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로 집을 마련합니다. 직장에서는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몸과 마음을 갈아 넣고, 혹시 모를 나중을 위해 진심 없는 인간관계에 매달리기도 하죠. 안개 속에 갇힌 미래를 위한 끊임없는 자기희생과 막연한 비상 체제에 사람들은 지쳐가고, 그 와중에도 늘어만 가는 경쟁과 성과 강박 속에서 연대와 공감은 힘없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실패에 대한 불안, 뒤따르지 못하거나 도태될 거라는 불안이 우리의 자아를 좀먹는 것처럼요. 한병철은 이 책에서 그야말로 ‘종말론이 호황’인 현시대를 날카롭게 꼬집습니다.

🌈 철학자가 말하는 '희망'

그렇다면 불안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요? 아니, 불안사회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그가 제시하는 유일한 해결책은 바로 ‘희망’입니다. 이 대목에서 실망한 구독자들의 한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현대인에게는 ‘희망’에 관한 긍정적인 기억 따위가 없습니다. 예전부터 희망은 현실을 보지 못하게 하고, 의미 없는 환상을 만들어내며, 실제 삶으로부터 사람들을 멀어지게 한다고 여겨졌죠. 심지어 희망한다는 것은 도피하는 것, 발 디디고 살아야 하는 현재의 삶을 거부하는 것과 동일시되기도 했습니다.

낙관적 사유에는 의구심도, 절망도 없다. 완전한 긍정이 낙관주의의 본질이다.

낙관주의는 어떠 한 것이 좋은 쪽으로 흘러갈 거라고 굳게 확신하는 사유 방식이다.

그러나 한병철이 제안하는 희망은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막연한 낙관주의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그리고 한병철은 이 책에서 희망에 관한 우리의 낡은 생각들에 커다란 질문을 던집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희망이 소위 ‘회피’하는, 심지어는 ‘배신’한다고들 말하는

‘삶 자체’ 또는 ‘그 자체로 서의 삶’이란 무엇인가?

그저 영양분을 섭취하면 되는, 생존에 필요한 영양만 있으면 되는 삶인가?

‘관념’도 없이, ‘의미’도 없이 그럭저럭 살아지는 ‘그 자체로서의 삶’은

과연 생각할 수 있는, 갈망할 가치가 있는 삶인가?

이 책의 원제는 직역하면 ‘희망의 정신’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의 제목에 ‘희망’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지는 못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희망이 그만큼 당위적인 것, 무의미한 것, 쓸모없는 것으로 통용되고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죠. 사람들의 눈에 띌 만한, 관심을 끌고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제목을 찾던 중 떠오른 것은 ‘희망’의 극단에 선 ‘불안’이었으니까요.

🧘‍♂️ 불안을 넘어 미래로 가는 길

『불안사회』는 철학자 스피노자, 비트겐슈타인, 에리히 프롬, 하이데거를 비롯해 작가 잉게보르크 바흐만, 바츨라프 하벨, 아힘 폰 아르님까지 다채로운 인용을 통해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그동안 비판적으로만 인식되었던 희망을 샅샅이 해부해 그 실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저자의 노력이었을 테죠. 저는 이 책을 읽으며 희망에 관해 제대로 아는 것에서부터 사회적ˑ개인적 불안은 어느 정도 치유될 수 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불안의 시대에서 연대와 공감, 희망을 계속해 등한시하고 외면한다면 우리는 결코 위기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불안의 공포 대신 희망의 정신을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 이유입니다. 만약 지금 여느 누구와 마찬가지로 불안 속을 걷고 있다면 이 날카롭고 지적인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안온한 내일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희망하는 법을 잃어버린 우리의 지금을 다시 생각하게 한 책 『불안사회』를 먼저 맛본 1BITE팀의 리뷰입니다.

21세기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있다면, 그게 바로 '불안'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류는 대체 언제부터 불안을 느끼며 살아왔을까요? 이 실체 없는 감정을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은 무엇일까요? 늘 새롭게 도래하는 희망에 관한 다양한 인식론을 곱씹다 보면, 새삼 판도라의 상자 속에 마지막으로 남았던 것이 무엇인지 되새기게 됩니다.

─ editor 우룽

👩‍🍳오늘의 CHEF

이 책을 통해 불안의 실체가 궁금해지고, 그를 돌파해 낼 수 있는 유일한 대책으로서의 희망 또한 곱씹게 되셨다니 저자의 의도가 제대로 가닿은 것 같아 무척이나 기쁩니다. 21세기를 관통하는 '불안' 안에서 우리 모두 여전히 존재하는 '희망'을 끊임없이 되새길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많은 이들은 트렌드를 읽고 경쟁력을 쌓아 더 큰 개인이 되라고 합니다. 물론 그 말도 맞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단편적으로 읽기 어렵듯, 불안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이 아닌 사회 전반을 읽는 시선을 제공해 온 철학자는 이번에도 또 다른 측면의 불안을 살피고 우리가 생각하지 않은 대책을 제시합니다. 지금까지의 불안에 대한 대처가 플랜A라면
불안 사회로 플랜B에 대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 editor OH

👩‍🍳오늘의 CHEF

한병철 저자의 책은 늘 새로운 관점으로 지금 발 디디고 있는 사회를 조망해 볼 수 있게끔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작년에 출간된 『서사의 위기』도 꼭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서사 없는 스토리에 중독된 우리 사회를 처음으로 마주해볼 수 있을 겁니다.

나의 불안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불안만으로는 미래에 닥칠 그 어떤 문제와 이위험에도 적절히 대비할 수 없다."

언제부터 우리는 희망하지 않고 불안해하고 있었을까요? 지금보다 다가올 미래에 더 나아져야 한다는 압박이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걸까요? 여러분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그 무언가를 이제는 내려놓고 희망하는 우리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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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서는 작업실 겸 책방 '리댁션'의 한수련 대표를 만나 최근의 독서열풍과 꾸준히 독서하는 삶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많은 영감을 주고받는 인터뷰였는데요, 구독자 분들은 어떻게 보셨을까요?

🍪 52호 레터를 읽고 난 소감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지난 레터부터 다음 호 예고까지 보면서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것에 대한 모색을 같이 해나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언제든 저마다의 힘듦은 항상 있지만 어떻게든 살아 나가야 한다는 건 변함없지요. 파괴적이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 vmars11 님

그냥 책을 읽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읽은 걸 행동으로 이어가자는 ‘리댁션’의 철학이 너무 와닿았어요! 특히 “읽는 사람은 천 번을 산다”라는 문장이 계속 머리에 맴도네요. 독서 열풍 얘기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독서 문화를 고민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고, 책을 단순한 콘텐츠가 아니라 삶의 일부로 느끼게 해준다는 점이 정말 멋졌습니다. 다음 레터도 기대할게요.

─ dlguswls1997 님

‘텍스트 힙’이라는 용어 때문에 요즘 들어 지하철에서 책을 꺼낼 때마다 주변의 눈치를 조금 더 보게 되었는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마인드로 평소보다 더 독서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과시용 독서로라도 독서 문화가 확산되고 책 읽기의 진입장벽이 낮아진다면 좋겠다는 생각에도 공감하고요. 이런 관심을 계기로 출판계의 크고 작은 목소리가 더욱 널리 퍼져 베스트셀러 사재기와 같은 문제에도 보다 확실한 대응책이 나올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 또한 합니다. 리댁션 사장님의 일과 삶에 대한 고민 또한 무척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일상생활의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하다 보니 스스로를 잃는 것은 정말 순식간인 것 같아요. 사장님의 용기와 도전이 더욱 멋있게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양질의 인터뷰 감사합니다.

─ isabelkim0403 님

💬 구독자분들의 소감을 읽으며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젓는다'는 말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강은 멈추지 않고 늘 잔잔하게 흘러가고 있었는데 거센 물결만을 바랐던 건 아닐까 하고요. 잔잔한 물결도 거센 파도도 예민하게 알아차릴 수 있도록 꾸준히 노를 젓는 노력도 필요하겠습니다.

지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