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시용 독서도 '독서'입니다

에디터 OH (이하 OH)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OH 리댁션. Read(읽고)와 Action(행동한다), 두 단어를 합친 이름이 저에게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보통 책은 읽는 것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행동하기까지 이야기하고 있어요. '리댁션'은 어떤 곳인가요?

OH  책방을 연 지는 1년이 되지 않은 초보 사장님이지만 브랜드 마케터이자 에디터로 오래 일해 오셨죠. 그 이력이 느껴지듯 리댁션에는 브랜딩과 글쓰기에 대한 책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거기에 수련 님이 애정하는 문학 도서들도 큐레이션 되어 있고요. 업무와 일상에서 수련 님에게 책 읽기는 각각 어떤 의미가 있나요?

한 회사 다닐 때 ‘문학 도대체 어디다 쓰려고 읽냐’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큰 의미를 두며 읽은 건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일터에서도 희미해지고 닳아버리는 스스로를 더는 잃고 싶지 않아서가 컸거든요. 2018년에, 이유미 작가님의 『문장 수집 생활』(현재 『오늘로 쓴 카피 오늘도 쓴 카피』로 개정)을 읽고 머리를 턱 맞은 것 같았는데요. 문학 속 문장을 수집해서 회사에서 카피라이팅에 활용하는 내용이 담긴 책인데요. ‘이거다!’ 싶었어요. 그때부터 문학이 더 즐거웠고 회사에서도 쓸모없는 장르가 아니게 된 거죠. 문장을 수집해서 일에 많이 활용했어요. 콘텐츠 대표 이미지에 나오는 카피라이팅이나 바디 카피, 매거진 챕터 등 무수한 곳에서 문학과 함께 살았어요.

OH 문해력 논란이 언제였나 싶을 만큼, 최근 독서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출판사 북클럽에 가입하려는 사람들로 출판사 홈페이지 서버가 폭발되기도 하고 도서전에는 역대급 인파가 몰리기도 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 독서율을 매년 감소하고 있고, 성인 1명 평균 종이책 구입량도 감소했어요. (23년 기준 1권 - 21년 대비 0.9권 하락) 개인 책방을 운영하는 수련 님은 지금의 독서 열풍을 어떻게 느끼고 계신가요?

한 책방을 운영한 지 이제 8개월이라 지난 데이터가 많지 않다 보니 독서 열풍인가? 싶기는 해요. 그렇지만 굉장히 희망적이고 신나게 만드는 신호가 있는데요. 최근 인근 대학생분들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꽤 오고 있어요. 너무 반갑고 감사한 만남이에요. 요즘 눈여겨보는 북 큐레이션 채널 운영자분도 리댁션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 학생이시거나 사회 초년생인 만큼 연령대가 낮으세요. 여름엔 충주에 있는 고등학생 30명 정도, 연남동 책방 투어를 온 적도 있어요. 이 외에도 리댁션은 ‘책방’ 차리길 꿈꾸는 분들이(10대 후반~30대 초반) 계속 오세요. 그런 발걸음 덕분에 사명감을 갖고 리댁션을 오래오래 꾸려가고 싶다는 아주 기분 좋은 마음이 생기고요.

OH 처음을 잘 열어드려야 한다는 말. 1BITE를 운영하는 제게도 공감이 많이 되는 말이에요. 저희도 그 처음을 돕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거였거든요. 사실 제가 리댁션을 알게 된 것이 이곳의 북클럽을 통해서였어요. 독서 열풍과 더불어 글쓰기와 독서를 기반으로 하는 커뮤니티 활동이 온오프라인 상관없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는데, 직접 이런 활동을 기획하고 운영해 본 입장에서 장단점은 어떤 게 있나요?

한 저는 한 끗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리댁션은 '이름값' 하는 북클럽을 운영 중이에요. 보통 읽고 대화를 나누는 것에서 끝나잖아요. 리댁션 북클럽은 책에서 ‘액션 포인트’를 도출해 함께 챌린지처럼 행동해 보는 활동적인 모임이에요. 1기는 『결국, 오프라인』 책을 읽고 함께 공간 투어를 다니고 사랑 받는 공간에 대해 딥다이브 해봤고요. 2기는 『아티스트 웨이』를 통해 멤버들과 모닝 페이지를 쓰고, 내면과 소통, 경청에 대해 경험하는 시간을 보냈어요. 3, 4기는 『오늘로 쓴 카피 오늘도 쓴 카피』로 문학 카피라이팅을 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 난 뒤 대화를 나누거나 감상문을 짧게 쓰고 끝날 수 있지만, 더 깊고 즐겁게 읽으며 입체적으로 느낄 방법을 지속적으로 모색 중이에요. 이런 노력이 보였는지 외부 커뮤니티에서 운영 요청이 오기도 해요. 다들 섭외하실 때 공통점이 ‘다 읽고 끝나는데, 리댁션은 그다음이 있어 인상 깊다’라는 점이었어요. 그런 피드백을 들으면 혼자 ‘이게 맞나, 저게 맞나?’ 힘들었던 게 싹 씻겨 내려가죠☺️

OH  리댁션은 아직 1살이 되지 않은, 갓 태어난 책방입니다. 앞으로 리댁션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또 그 성장을 위해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한 ‘일하는 사람들이 구글 대신 책으로 지혜를 쌓길’ 바라는 비전을 품고 리댁션을 만들었어요. 거창할수록 좋은 게 비전이잖아요. 이 비전의 의미는, 진짜 우리의 삶은 온라인 밖에 있다는 거예요. 온라인에서는 너무나 편하고 빠르고 쉽게 당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내가 보고 싶지 않은 정보도 콘텐츠로 무수히 쏟아지고요. 불필요한 연결들이 우리를 피로하고 고단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고 자존을 잃게 만들고요. 책도 콘텐츠로 볼 수 있을 테지만, 온라인과 다르죠. 손으로 종이가 만져지고, 활자 사이 혹은 너머의 세상이 읽는 사람에 따라 무수히 다르게 펼쳐지거든요. 그건 내가 선택한 주도적인 세상이라고 봐요. 그걸 알게 해드리고 싶어요, 리댁션은.

우리 어렸을 때, 엄마가 ‘나쁜 친구들이랑 놀지 마라. 물든다.’ 이러잖아요. 좋은 친구를 곁에 두면 또 거기에 물들고요. 책이라는 좋은 친구를 곁에 두고, 내가 건강하게 물들어가는 걸 경험해 주는 게, 지금 이 시점에서 리댁션이 해야 하고, 하고 싶은 일이에요. 그걸 하면 리댁션도 자연스럽게 커갈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