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디터 OH입니다. 여러분, 요즘 하늘이 참 아름답지 않나요? 저는 요즘 하늘을 보며 멍을 때리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걸을 때마다 마주치는 하늘이 무척 아름다워서 걸음을 멈추게 되요. 하지만 늘 시간에 쫓겨 살아가는 우리에게 하늘을 보는 잠깐이 때로는 사치 같기도 합니다. 하늘이야 언제든 볼 수 있는 건데, 뭐 굳이 봐야 하나 싶은 마음도 있죠. 맞습니다. 하늘을 보는 일은 특별한 일은 아니에요. 그러나 우리가 마주하는 하늘은 지금이 아니면 볼 수 없습니다. 우리의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고 언젠가 끝을 마주하게 되니까요.

오늘 1BITE가 준비한 이야기는 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외면하고 싶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마주해야할 것이죠. 삶의 끝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오늘의 맛은 그 끝을 함께하는 어느 호스피스 간호사의 이야기를 담은 책 『삶이 흐르는 대로』 입니다.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마땅히 할 일도 없었기에 다들 기꺼이 동의했어요. 각자 침대에 누워 노트를 펴고 마지막으로 남길 말들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누구에게 어떤 말을 남길까 고민하다 보니 누군가에게 미안했던 일이나 서운했던 일들이 떠올랐어요. 그런데 이 글이 내 마지막 기록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그런 이야기를 남기고 싶진 않더라고요. 고민 끝에 사랑한다는 말과 고맙다는 말만 남겼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사랑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한 게 문득 후회스러웠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제게 남은 시간이 많다고 생각했고 그렇기에 나중으로 미뤄둔 일들이 많았거든요. 마음이 괜히 울컥했어요. 그때가 제가 처음으로 죽음에 대해, 영원하지 않은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순간이었습니다.

호스피스 간호사가 된 후, 해들리는 더 이상 죽음에 맞서 싸우지 않습니다. 그 대신 환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환자들은 자기가 가장 편하다고 느끼는 장소에서, 마지막을 함께하고 싶은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마지막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돕는 과정에서 해들리 역시 ‘나는 어떻게 죽고 싶은가’ 떠올리기도 하고, 나아가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도 던지게 됩니다.

해들리는 환자들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하며 ‘인생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작은 힌트를 얻습니다. 삶의 끝자락에 다다른 이들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느낀 점들을 간절히 나누고 싶어 했거든요. 물론 각자 얻은 깨달음은 다 달랐어요. 어떤 이들은 후회와 미안함을 느끼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깊은 사랑을 깨달았고,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 평온함을 찾은 이들도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서 해들리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삶의 중요한 가치들이 오히려 죽음 앞에서 더 선명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거든요.

이 책이 놀라웠던 점은 저자 해들리가 수많은 죽음을 마주하면서도 삶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죽음 앞에서 삶이 덧없다는 허무주의에 빠지기보다는 오히려 삶을 더욱 깊이 바라보게 되었죠. 그리고 그 깨달음을 나누고자 그간 만나온 여러 환자 중에서도 잊을 수 없는 열두 명의 환자와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습니다. 책을 편집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여러 번 곱씹고 나니, 저 또한 삶의 유한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동시에 남은 시간을 어떻게 의미 있게 살아낼 것인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더 이상 죽음을 외면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삶 속에 죽음을 초대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죽음은 삶의 계속이고 완성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삶을 살아가는 것만큼 죽음을 준비하는 일에도 많은 관심을 쏟는 요즘인데요. 그렇다고 해도 죽음은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만 합니다. 해들리는 삶의 끝자락에서 서 있는 이들의 곁을 지키는 호스피스입니다. 우리나라와는 다소 의미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일을 하는 직업인이죠. 우연한 기회로 시작한 일에 적응해 나가는 해들리의 모습은 한 명의 호스피스가 완성되어 가는 과정이자, 우여곡절을 겪는 한 존재의 여정입니다. 이 여정은 아무나 겪는 일은 아니지만 모두의 일이죠. 몰아치는 일상으로 삶이 희미해진 분들에게 따스함을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 만큼 수많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일은 어떻게 보면 행복과 함께 크고 작은 고통을 동반하는 일이기도 한 것 같아요.

책임. 시간이 갈수록 어렵지만 꼭 필요한 것이라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직장에서, 사회에서, 관계에서 요구되는 것들에 모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책임'이라고 하면 어떤 일에 관한 원인과 결과에 대해 내가 그 값을 감수하는 것처럼 단순하게 생각하기 마련인데요. 더 넓게 공감, 배려, 역할, 인간의 존엄성 등 나의 몫, 타인의 몫 모든 것을 포함하며 건강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점점 더 요구되는 가치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