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BITE] 성장통을 겪고 있는 당신을 위한 처방전

2024. 9. 3.

[🍽1BITE #43] 성장통을 겪고 있는 당신을 위한 처방전

🐼 변화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에디터 OH입니다. 아침, 저녁으로 공기가 서늘해진 요즘입니다. 계절의 변화는 달력 페이지를 넘기는 것보다 피부로 먼저 느낄 수 있습니다. 한동안 멀리했던 핸드크림을 찾게 되었고, 건조해진 공기에 코가 간질간질합니다. 이렇듯 우리가 몸으로 느끼는 감각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보다 빠르고 예민한가 봅니다. 계절의 변화만이 아니라 감정의 변화마저도 알아차릴 정도로요. 하지만 몸의 반응은 너무나 사소해서 눈으로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습니다. 눈에 확 띌 정도로 반응이 있다면, 내게 생긴 변화를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 소개할 이 책은 '사춘기'라는 변화가 드라마틱하게 표현되며 생기는 일들을 다루고 있는데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우리에게 생기는 일들을 오늘의 맛 『열다섯에 곰이라니 2』를 통해 만나보겠습니다.

─ 오늘의 Chef. 이슬 (『열다섯에 곰이라니2』 편집자

까마득한 옛날처럼 느껴집니다만, 문득 대학 입시 면접장에서 받았던 질문이 생각나네요. 동물로 태어난다면 어떤 동물로 태어나고 싶은지를 묻는 엉뚱한 질문에, 제 입에서 튀어나온 대답은 ‘기린’이었어요. (사실 기린을 닮은 구석이라고는 전혀 없지만) 땅에 발붙이고서 높이 멀리 볼 수 있는 기린이 되고 싶다고, 제법 당돌한 표정으로 대답했던 것 같습니다.

기린이 되고 싶었던 소녀는 편집자가 되어 동물이 된 사춘기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 『열다섯에 곰이라니』를 만났습니다. 제목 그대로 곰이 된 열다섯 청소년 태웅의 이야기는 사춘기 당사자들도 사춘기를 지나온 어른들도 흥미를 느낄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설정이었어요. 이 흥미로운 세계관을 바탕으로 십 대들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그려낸 이야기가 두 번째 시리즈로 찾아왔습니다.

일러스트 : 쩡찌

🐬 사춘기 시절, 당신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열다섯에 곰이라니 2』를 편집하는 내내 저는 제가 지나온 사춘기 교실 풍경을 떠올렸습니다. 수십 명의 아이들이 똑같은 교복을 입고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움직였지만, 그 시간을 견디는 방법과 모습은 제각각이었어요. 하이에나 떼처럼 으르렁거리며 복도를 배회하던 아이들, 원숭이처럼 교실의 광대를 자처하던 아이, 미어캣처럼 두리번거리며 주변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던 아이, 나무늘보처럼 그저 잠이나 자던 아이…. 식성도 울음소리도 제각각인 다양한 종(?)들이 좁은 교실 안에 살을 맞댄 채 지내려니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죠. 오죽하면 부모님도 선생님도 “너희 언제 사람 될래?!”라고 외치곤 했겠어요. 아마 1BITE 구독자 여러분이 지나온 풍경도 비슷하겠지요? 사춘기, 이 동물의 왕국 안에서 당신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해집니다.

『열다섯의 곰이라니 2』의 주인공 청해는 가족과 함께 여행 온 제주 바다에서 돌연 ‘돌고래’가 되었습니다. 가족들은 놀라서 아우성치고, 지나가던 사람들은 구경꾼이 되어 청해를 둘러싼 채 수군거리기에 바쁩니다. ‘난 괜찮아!’ 아무리 외쳐보아도 돌고래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평소에도 사람과 부대끼는 게 싫었던 청해는 바라던 대로 세상에서 가장 고립된 곳에 혼자 있게 되었지만, 막상 망망대해를 홀로 떠도는 처지가 되니 외로움과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되죠. 그러다 자기처럼 동물화로 작은 물고기가 된 아이들을 만나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 보지만 그들은 청해의 거대하고도 위협적인 겉모습만 보고 달아나기에 바쁘고요.

🌝 성장통을 겪는 이에게 필요한 것

이렇듯 가족과는 말이 통하질 않고, 편견과 오해 속에 또래 친구들과도 온전히 소통할 수 없어 힘들어하는 돌고래 청해의 모습에서 사춘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고립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외로움과 답답함에 지쳐갈 무렵, 역시나 말이 통하지 않는 존재, 무려 ‘진짜’ 돌고래 한 마리가 청해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하는데요. 청해는 모른 척도 해보고 도망쳐 보기도 하지만, 이 진짜 돌고래는 청해와 함께 놀고 싶어 하고, 돌고래의 본능을 일깨워 주고 싶어 하며 청해의 곁을 떠나지 않아요.

‘안녕’, 수줍고 조심스럽게 인사하듯이. ‘나랑 함께 있자’, 말랑말랑 따뜻해지는 마음. 비록 서로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는 없다 해도 돌고래의 진심을 느낀 청해는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됩니다. 외롭고 답답한 청해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관심과 진심 어린 소통이었어요. 청해와 씨돌이의 종을 뛰어넘은 우정을 지켜보노라면, 사춘기 청소년들의 마음을 보듬고 이해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결국 그 마음을 알고자 하는 ‘진심’임을 깨닫게 되지요.

『열다섯의 곰이라니 2』에는 돌고래가 된 청해 말고도 동물화가 반복되는 아이, 입만 새부리로 변한 채 동물화가 멈춘 아이, 사춘기 자녀를 따라 동물이 된 갱년기 엄마, 북한 꽃제비 청소년의 동물화 등 각자의 고민을 가진 청소년과 가족들이 등장합니다. 주인공들은 각자의 타고난 기질을 닮은 동물이 되었지만 그들이 다시 사람으로 돌아와 건강한 어른이 되어 갈 준비를 마칠 수 있는 방법은 하나였습니다. 바로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과의 진심이 담긴 소통입니다.

비록 당장은 다른 언어, 다른 세계의 존재가 되어버린 것처럼 멀게 느껴지지만, 마음과 마음 사이 서로의 ‘진심’이 통하는 순간 사춘기 마음도, 그 곁을 지키는 이들의 마음도 비로소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물론 관심과 사랑을 그저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온전한 진심을 건넬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겠고요. 사춘기뿐만 아니라 홀로 깊은 고민과 방황의 시간을 견디고 있는 이들 모두에게 해당하는 사실이겠지요. 『열다섯에 곰이라니 2』는 진심이 담긴 ‘소통’의 가치를 알려주는 모두를 위한 성장소설입니다.

『열다섯에 곰이라니』는 1BITE팀이 남몰래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입니다. 이 소설의 기발한 발상이 사춘기가 훌쩍 지난 나이임에도 그때의 느꼈던 감정을 불러일으키거든요. 이거 참, 정말 읽어봐야 딱 아는데! 아직 읽어보지 못한 분들에게 작은 힌트가 되길 바라며 1BITE팀의 리뷰를 나눕니다. 참, 9월부터 1BITE팀에 합류한 우룽도 처음으로 인사드려요!

🐻 『열다섯에 곰이라니』 시리즈를 먼저 맛 본 1BITE팀의 리뷰

하루아침에 말도 통하지 않고 모습도 변해버린다니. 한때 유행했던 '바퀴벌레 질문'이 떠오르지 않나요? 나조차도 당황스러운 변화를 맞으며 우리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변하지 않는 마음'이었습니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성장해 나갈 텐데, 매번 찾아오는 변화가 낯설고 두려울 때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럴 때 돌고래가 된 청해가 다시 제 모습을 찾았듯이 우리도 더 나아진 내 모습을 찾게 될 거라고,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OH

나라는 존재는 뭘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도 모르는 나'에 대한 고민은 나이가 들면 사라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점점 그 수를 더하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무엇'이 되어야 할지 고민하는 어른들에게, 동물로 변하는 아이들이 어떤 해답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돌아갈 방법을 찾기보다 동물로서의 삶을 살아가기로 마음먹는 것보다 더한 용기가 있을까요.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수많은 변화에 잘 적응하는 것도 용기 있는 도전이라는 메시지가 저에게도 마음 깊이 남게 된 것 같습니다.

─ 우룽

어느 날 아침, 내가 OOO으로 변했다?

『열다섯에 곰이라니』세계관에서는 각자 살아가는 모습을 닮은 동물로 동물화가 됩니다. 집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개나 고양이가 되기도 하고 학교에서 힘쓰는 친구는 사자, 가출한 친구는 하이에나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동물화가 끝나고 다시 사람이 되는 것도 제각각이죠. 여러분에게도 동물화가 이뤄진다면 어떤 동물이 될 것 같나요?

(홈프로텍터인 OH는 아마 거북이나 달팽이가 될 것 같네요.)

답변 남기고 책선물 받으세요🤭

먼저, 사과의 말씀드립니다. 지난 호에서 『토지』의 연재가 시작된 1969년을 1996년으로 표기한 채 42호 뉴스레터가 발송되었습니다. 한 구독자 분의 제보 덕분에 바로 잡은 후 재발송 했습니다. 바로 잡아주신 구독자분께 감사 드리며 이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겠습니다.

그럼 지난 호를 읽고 『토지』와 한국 문학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을 남겨주신 구독자분들의 의견을 공유합니다.

🍪 박경리 작가의 글처럼 아름다운 우리말로 쓰인 우리의 문학 중 여러분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작품은 무엇인가요?

한강 작가의 『희랍어 시간』을 참 좋아합니다. 말이라는 게 뭐고 표현과 인간이 얼마나 가깝고 먼 것인가에 대해 오래도록, 지금까지 생각하게 해 준 책입니다. 또, 최명희 작가의 『혼불』을 좋아하는데요. 아직까지 전권을 다 읽지 못했어요. 매번 새로 1권부터 시작하면서, 매번 그 문장의 아름다움에 놀라요. 언젠가는 꼭, 『혼불』과 『토지』를 완독하고 싶습니다.

─ 산하 님

최은영 작가님의 『희미한 빛으로도』 작년 겨울 이 책을 읽는 내내 심장이 두근거리고 많이 울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그 책의 일부를 필사하고 있는데 그 인물이 느끼는 섬세한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고 또 약자로 힘이 없는 그들에게 단단한 심지를 보며 안쓰럽고 슬펐습니다. 우리말로 쓰인 이 책을 고스란히 읽을 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 ssun50** 님

💬 지난 레터를 준비하며 뒤돌아보니, 개인적으로 국내 소설을 읽은지 꽤 됐더라고요. 구독자님의 의견처럼 우리말로 쓰인 글을 고스란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해야할 일인데, 소홀했던 것 같습니다. 부끄럽게도 오늘 소개한 책들도 아직 읽어보지 않았는데, 먼저 도전해야 겠어요!

🍪 이번 레터에 대한 소감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제가 개인적으로 너무 애정을 가지고 있는 『토지』에 대한 내용이 레터로 와서 너무 반가웠어요! 잊고 있었던 『토지』라는 작품에 대한 매력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어서 하루의 소소한 행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역경을 이겨낸 이야기는 아름답다'라는 메일의 제목 덕분에 힘이 나는 것 같아요.

─ nichole_** 님

『토지』는 언젠가 『삼국지』처럼 전권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조만간 실행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된 레터였습니다^^ 독서 모임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책과 작가이기에 조만간 빠져들게 될듯하네요.

─ 일모 님

💬 『토지』는 제대로 읽지 않았어도 알게 모르게 정이 가는 작품인 것은 확실한 듯합니다. 우리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기도 하고요 ㅎㅎ 지난 레터로 다시 한 번 『토지』에 눈길이 갔다면 그것만으로도 역할은 충분한 것 같습니다.

📓 지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