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디터 OH입니다. 1BITE 구독자분들이 꾸준히 요청해 주시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고전 문학'입니다. (여러분,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고전 문학은 이야기가 살아온 세월만큼 뒤따르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작품 자체가 주는 재미도 있지만 작품이 태어난 당대 시대상, 작가의 일대기, 후대의 평가 등 작품이 가진 매력을 설명하는 많은 것들이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오늘 소개할 작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래서 제목이 중요한 것일까요. 흙에서 많은 생명이 태어나듯 책에서 돋아난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잘 여문 이야기를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오늘의 1BITE 가이드는 완간 30주년을 맞은 『토지』입니다.

박경리가 쓴 필생 역작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대하소설.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의 최참판댁 일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토지』는 한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 근대 우리 민족이 겪은 피탈의 상처들을 아우르며 격변하는 시대 속 한민족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전체 5부, 25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권 수로는 총 20권에 달한다. 1969년 연재를 시작해 완결되기까지 오랜 연재 기간 여러 번 연재처가 바뀌기도, 연재가 중단되기도 했으나 1994년 8월 15일, 26년 만에 완결을 지었다. 

🗝️『토지』를 이해하는 6가지 열쇳말

『토지』에는 드넓은 시간과 공간이 펼쳐집니다. 시간상으로는 1897년부터 1945년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하동 평사리와 용정, 서울, 일본, 만주 등 동아시아 전역을 무대로 합니다. 말 그대로 광활한 이야기다 보니 『토지』 읽기는 인생에서 한 번쯤 도전해야 할 일 중 하나가 되곤 합니다. 오늘은 『토지』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알고 싶은 분들을 위해 작품을 이해하는 6개의 열쇳말을 소개합니다.

[열쇠 1] 지리산 

『토지』에서는 지리산, 서울, 진주, 간도, 러시아, 일본에 걸치는 방대한 공간 위에서 우리 민족의 인간적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박경리 작가는 작품 구상 단계에서 만석꾼인 최참판댁 집안에 어울리는 지리적 배경을 찾던 중 우연히 하동군의 평사리를 찾게 되었는데, 그곳을 보자마자 최참판댁 집안이 바로 연상될 정도로 잘 어울려 지리산이 소설 배경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박경리 작가는 넉넉한 품을 가진 지리산이야말로 민족의 뼈저린 과거를 품기에 부족함이 없는 공간이라는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열쇠 2] 700여 명 

20권 분량의 『토지』에는 무려 700여 명에 달하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윤씨부인, 최치수, 별당아씨 등 최참판 댁 일가부터 시작해 하동 평사리의 작인들이 작품 초반에 등장하고, 최서희, 김길상, 조준구 등 작품 후반부까지 이야기를 이끌어가며 고난과 역경의 삶을 드러내는 인물들까지 천차만별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 모든 인물에 대해 박경리 작가는 메모 한 줄 없이 오로지 머릿속에 담아둔 채로 26년간 이 소설을 집필했다는 사실입니다. 『토지』를 보면 인물들의 감정, 심리를 세세하게 묘사했다는 것에 놀라게 되는데요, 단 한 사람에게서 탄생했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열쇠 3] 우리말 

『토지』는 한국문학 최초로 소설을 위한 어휘사전이 만들어질 정도로 방대한 우리말 어휘가 담겨 있습니다. 700명이 넘는 등장인물의 대사에는 경남의 하동과 진주, 전남의 구례와 순천, 만주의 용정과 길림까지 팔도의 사투리가 두루 사용됩니다. 이는 작중인물들의 삶의 배경과 그 성격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이를 통해 문학사·언어학사적으로도 매우 가치 있는 문헌의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투리와 속담, 격언 등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우리말이 지닌 미적 특질을 최대한 살린 작품이 바로 소설 『토지』입니다.

[열쇠 4] 고난과 역경 

결국 박경리 작가가 『토지』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것은 ‘역경을 이겨낸 삶은 아름답다’는 것입니다. 『토지』의 시대적 배경인 한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의 시기는 역사적으로 우리 민족에게 가장 뼈아픈 시간 중 하나였습니다. 격변의 시기, 피탈의 상처를 아우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한민족의 삶이 『토지』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열쇠 5] 문학

"소설이란 삶과 생명의 문제이며 삶이 지속되는 한 추구해야 할 무엇이지요. 소설이 인생보다 크고 소중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소설이란 접근해 가는 것입니다. 아무리 위대한 예술도 터전으로서의 삶을 능가하지 못합니다. 그저 소망일 뿐입니다. 글쓰기란 무엇이냐고… 삶 속에서 이루지 못한 소망이, 결코 구현되지 않는 무엇이 존재하기 때문에 글을 씁니다."
─ 『토지』 완간 10주년 기념 박경리 작가 인터뷰 중에서

[열쇠 6] 생명 

글이 풀리지 않을 때마다 밭에 나가 일을 했습니다. 흙의 훈김을 맡으면서 돌이나 풀, 나무나 벌레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글은 저절로 풀려나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굶주린 들고양이에게 밥을 준 것이 계기가 되어 고양이, 까치 같은 동물들과도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그들과 만들어진 신뢰와 애정은 생명 사상으로 결정(結晶)되어 『토지』에 담기게 되었습니다.

─ 박경리 작가 생전 인터뷰 중에서

지난 41호에서는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과 함께 책에 빠졌던 순간을 떠올려 봤습니다. 그 뉴스레터에 그 구독자라고 다들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담긴 글들을 남겨주셨어요! 

편집자님이 독서가로서 느끼는 생각들을 진솔하게 정리해 주신 것이 너무 좋았어요. 레터를 받고 꾸준히 읽는 독자들도 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책과 책 읽기에 대한 성찰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도 출판업계 종사자로서, 책을 취미로가 아닌 업으로 대하다 보니 평소 좋아하던 책을 읽을 기력이 없다는 말이 공감되었어요. 그래도 책에 대한 마음으로 휴가 때에는 꼭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으리라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