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BITE] 여섯 번째 대멸종을 지나는 지구인을 위한 지침서

2024. 8. 13.

[🍽1BITE #40] 여섯 번째 대멸종을 지나는 지구인을 위한 지침서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움직일 수 없을까?

안녕하세요, 에디터 OH입니다. 밤낮 없이 더위가 이어지는 요즘입니다. 이번 여름은 찜통더위를 넘어 압력밥솥 더위라고 하죠. 말로만 들었던 기후위기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을 실감하는 매일입니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지구가 멸망하는 건 아닌지, 그때는 도대체 언제 닥칠지 불안은 커지지만 지금 당장 더위를 식히기 위해 일회용 잔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테이크아웃하는 아이러니의 연속입니다.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걸까요?

모순된 행동이 반복되는 것은 어쩌면 기대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달라진다고 해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죠. 이런 우리에게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다소 조건이 붙지만, 이 정도는 감수할 만하다고 얘기하면서요. 1BITE 오늘의 맛은, 유쾌한 통찰로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거두는 책 『찬란한 멸종』입니다.

─ 오늘의 Chef. 박윤아 (『찬란한 멸종』 편집자

“지구를 지키려면 인간이 없어져야 해.

인간이 문제야, 인간이.”

이런 말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환경 문제가 떠오를 때마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입니다. 요즘처럼 폭염으로 가축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갑작스러운 폭우에 많은 사람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등 자연재해가 연달아 닥칠 때면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면서도 에어컨이 주는 시원함과 자동차의 안락함을 절대 포기하지 못하는 저를 볼 때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아예 외면하고 싶기도 합니다. 나 혼자 애쓴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데다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가라앉고 마음이 불편해지니까요. 그냥 모르는 척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저는 ‘약간 이상하고 엄청 웃긴 털보 관장님’ 덕분에 이 불편한 죄책감을 덜고, 심지어 작은 희망까지 얻었습니다. 바로 '한국의 빌 브라이슨'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정모 선생님의 이야기입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이정모 작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직접 들으실 수 있습니다.

🌏시작은 '살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부터

저는 재작년 9월 은평구의 작은 도서관에서 이정모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과학이라는 세계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가볍게 소개하는 자리였어요. ‘우주에 외계인이 존재할까?’, ‘타임머신을 만들 수 있을까?’, ‘인간은 언제까지 지구에 살 수 있을까?’ 같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이어졌고, 선생님 특유의 유머에 저항 없이 터지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선생님 정말 웃깁니다. 뭐라 말로 설명할 수가 없어요. 보시면 압니다). 그러다 화성으로 이주하는 화성 테라포밍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정모 선생님은 아주 놀라운 말을 들려주셨습니다.

“화성으로 이주할 정도의 기술력이면 지구를 살릴 수 있습니다.

사실 지금 가진 기술만으로도 가능해요. 꿈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다만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선생님의 이야기는 막연한 희망이 아니었습니다. 현실을 과학적으로 파악했고 방안도 객관적으로 제시했어요.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너무나 유쾌하게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지구와 인류의 미래 이야기를 무섭거나 무겁지 않게, 오히려 재미있게 들려준다는 게 저로선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혼자 듣기 아까웠습니다. 그래서 강연이 끝난 뒤 선생님께 지구 이야기를 책으로 써 달라고 제안했습니다. 그렇게 털보 관장님의 ‘소설보다 재미있고 다큐보다 감동적인 과학책’, 『찬란한 멸종』 탄생합니다.

🦕삼엽충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준다고?

『찬란한 멸종』은 지구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주요 생명체의 탄생과 멸종을 통해 46억 년 지구의 역사를 탐험하는 과학 교양서입니다. 시간순으로 진행되는 흔한 빅 히스토리가 아닙니다. 흥미롭게도 이 책은 인류가 멸망한 2150년 인공지능이 들려주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화성 테라포밍을 실행한 2100년, 지구에 아직 빙하가 남은 2024년, 46억 년 전 지구가 탄생하기까지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방대한 역사를 생생한 도판과 함께 엮어냅니다.

이정모 선생님의 기발한 상상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범고래, 네안데르탈인, 산호, 삼엽충 등 지구 생명체가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내 그동안 인간이 지구를 바라봤던 모든 관점을 뒤집습니다. 능청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특유의 유머는 독자들을 시종일관 웃음 짓게 만들죠.

그렇게 마치 스스로가 각 글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감정 이입하며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인간 중심의 시선으로 볼 때와는 다른 감동이 느껴집니다. 지구의 다른 존재가 되어 생명의 역사를 더욱 깊이 이해하는 거예요.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해 문명을 일으키고, 소행성 충돌로 공룡이 멸종하고, 바다가 산소를 만들어 생명을 탄생시키는 수많은 사건이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다가옵니다. 그렇게 마치 소설을 보듯 재미있게 읽다 보면 46억 년 지구의 역사가 단숨에 이해됩니다.

⌛2150년 지구에는 과연 인류가 살고 있을까?

지구는 지금까지 다섯 번의 대멸종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여섯 번째 대멸종을 지나고 있습니다. 지난 다섯 번의 대멸종이 일어난 원인은 결국 기후변화였습니다. 멸종 당시 생명체들은 기후변화에 속수무책이었죠. 화산이 터지고, 대륙이 움직이고, 운석이 충돌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겪고 있는 여섯 번째 대멸종은 다릅니다. 지금의 기후변화는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인류 활동의 결과이기 때문이죠. 『찬란한 멸종』에서 이정모 선생님은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대부분의 기술이 이미 우리에게 있기에, 의지만 있다면 여섯 번째 대멸종을 극복할 수 있다고 희망을 전합니다. 인간은 문제를 일으키도 하지만 해결할 수도 있는 존재인 셈입니다.

지구는 다섯 번이나 대멸종을 겪었지만 그때마다 더욱 경이롭게 진화했습니다. 저는 이 사실이 너무나 감동적입니다. ‘다 끝났다!’ 싶은 절망을 작은 희망으로 바꿔주기 때문입니다. 독자 여러분도 『찬란한 멸종』과 함께 지구와 생명과 인류의 방대한 역사를 마주하고, 다가올 미래를 두려워하기보다 흥미롭게 상상하는 즐거운 경험을 하면 좋겠습니다.

올여름 차원이 다른 더위와 기습적인 비를 맞으며, 기후위기를 피부로 느끼지 않았나요? 그럼에도 여전히 기후위기니, 여섯 번째 대멸종이니 손에 잡히는 것 같지 않다면, 『찬란한 멸종』의 편집자가 추천하는 또 다른 콘텐츠들을 접해보세요.

SF소설 ‘토피아 단편선’
다가올 미래는 유토피아일까요, 디스토피아일까요? 열 명의 소설가가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중 하나의 세계관을 택해 다가올 미래사회를 그린 단편집을 소개합니다. 이 시리즈는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총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고요, 과학 또는 사회과학을 전공한 작가님들이 써서 굉장히 리얼합니다. 두 권 모두 책장에 꽂아두었다가 인류애가 치솟거나 급락하는 날 기분에 따라 골라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EBS 다큐프라임 <커넥션>
대자연 속에서 생명체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주며 자연이 균형을 이뤄가는 과정을 담아낸 다큐멘터리입니다. 관계가 전혀 없어 보이는 각각의 종이 거대한 자연 속에서 어떻게 연결되고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어요. 단순한 공생이나 먹고 먹히는 관계에 그치지 않습니다. 저는 특히 푸른발부비새의 귀여운 애정행각과 그들의 분변 덕분에 번성하는 선인장 에피소드가 인상적이었어요.

더 나은 지구를 위한 작은 노력은?

"우리가 바뀌지 않고 지금처럼 산다면, 2150년 지구에는 인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여섯 번째 대멸종은 이미 진행 중입니다."

우리에게 아직 희망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여전히 멸종은 진행중이라는 이정모 작가. 위기의 지구를 걱정하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답변 남기고 책선물 받으세요🤭

지난 호에서는 『도둑맞은 집중력』의 편집자에게 직접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집중력의 위기는 지금을 사는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다보니 많은 분들이 이번 레터를 유심히 보셨을 것 같아요. 집중력에 대한 더 궁금한 점은 꼭 책을 통해 확인해보세요!

🍪 이번 레터에 대한 소감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너무 공감이 많이 되는 이번 레터였습니다! 책 한 권을 읽어도 한 장도 채 못 읽고 휴대폰을 집어 드는 저의 모습을 보면서 집중력 부족을 크게 깨닫고 있는 요즘인데요, '집중력을 도둑맞아서 아직 못 읽은 책 1위, 도둑맞은 집중력' 도서도 비록 집중력이 없어서 읽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도전해 봐야겠습니다. 다시 한번 조금씩 집중력을 늘려봐야겠다는 맘을 먹게 해주는 레터였네요!

─ 롱롱 님

궁금했지만 꽤 두꺼워 보여서...! 저에게는 시도하기 어려울 것 같다 느껴진 책이었는데 에디터분들의 생생하고 자세한 책과 관련한 이야기, 그리고 약간의 비하인드 같은 소소한 이야기들도 들려주시니 『도둑맞은 집중력』과 좀 더 가까워진 것 같아 좋았습니다.

─ sarah 님

💬 지난 레터 제목은 편집자님이 지어주신 제목인데, 어찌나 웃프던지ㅜㅜ 집중력을 찾기 위해 읽고 싶지만 부족한 집중력 때문에 몇 번이고 쉬었다가 읽었던 사람, 여기도 있습니다. 그래도 차근차근 집중력을 키우는 연습 중이다라는 마음으로 읽다보면 어느덧 마지막 페이지를 만날 수 있을테니, 도전을 망설이는 분들도 꼭 도전해보세요!

🍪 여러분은 집중력을 지키면서, 몰입하는 기쁨을 얻는 습관을 지니고 있나요? 있다면 소개 해주세요.

올해부터 다시 책 읽기를 시작했는데 10분 이상 집중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습관을 만들기로 했고 현재 3개월째 유지 중입니다.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책상에 앉으면 대략 7시 30분. 이때 구몬 한자(어휘력 다잡기.!!)를 10분 동안 하며 준비운동을 합니다. 한자를 끝내면 그때부터 책 읽기를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10분 읽고 5분 쉬고, 이게 익숙해지니 다음엔 30분 읽기. 처음엔 핸드폰이 생각나고 좀이 쑤셨는데 점점 책에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지금은 큰 이슈가 없다면 10시까지 2시간 정도 책을 읽습니다. 이렇게 하니 한 달 평균 완독하는 책 권 수가 30권 정도가 되네요^^ 자극 요소가 많은 이 시대에는 집중력도 연습이 필요하고 습관을 잡아 주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 게으른카페라떼 님

노래를 듣지 않고 운동을 해요. 요즘은 헬스나 다른 운동을 할 때 음악이 흥을 돋우는 요소로 인식되잖아요. (심지어 물속에서 하는 수영도 골전도 이어폰을 활용해 음악을 들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천천히 몸의 움직임, 가동 범위, 자극이 오는 부위와 몸을 다치게 하지 않는 바른 자세에 집중하면 운동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아요. 어느 순간 땀 흘리며 내 몸에 집중하고 시간에 몰입했음을 알 수 있어요.

─ 김야호 님

💬 구독자분들의 글을 읽으며, 집중력을 잃어가기까지 꾸준한 노력(?)을 했음에도 한순간에 되찾고 싶다는 생각을 해온 저를 발견했습니다. 잃은 것을 되찾는 것은 원래 있던 것을 지키는 것보다 더 큰 노력이 필요한데 말이죠. 매일 꾸준히 노력하는 방법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해요😊

🍑 지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