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지금 세상이 가장 필요로 하는 책" 오프라 윈프리는 이 책을 두고 이렇게 말합니다. 긴 말이 필요없는 설명이죠. 2023년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찾은 이유도 그게 다르지 않습니다. 나도 혹시 ADHD는 아닌지 의심할 만큼 집중력의 위기가 찾아왔거든요. 지난 일 년간 뜨거웠던 책 『도둑맞은 집중력』을 편집한 어크로스 강태영 편집자에게 이 책이 이렇게 주목 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직접 물어봤습니다. 

에디터 OH 안녕하세요. 에디터 OH입니다. 1BITE 구독자 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OH 작년 한 해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으셨겠지만, 뜨거운 반응을 예상하셨나요? 또 한국에서의 반응에 대한 요한 하리 작가의 반응은 어땠나요?

OH 책의 앞부분을 읽고 나도 당장 속세와 멀어져서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끊고 명상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중력을 되찾기 위해 이것만큼은 독자들이 직접 해 봤으면 하는 방법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혹은 직접 시도해 본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면 추천해 주세요.

강 이 책에 미국인의 일일 휴대폰 사용 시간, 이른바 스크린 타임이 나옵니다. 3시간 15분에 달한다고 저자는 놀라워하죠. 그런데 책 담당자인 제 스크린 타임은 10시간이더라고요. 그것도 어쩌다 한 번이 아니라 꾸준히 그랬습니다. “아, 이거 심각하네, 생각보다 이거 내 문제네 하는 걸 깨달았죠.” 책을 만들면서, 제 스스로 몇 가지 실험을 해봤습니다.

저자 요한 하리처럼 1년 중 6개월은 소셜미디어를 끊는 건 아니지만, 출퇴근길 지하철에서는 휴대폰을 보지 않고(지하철 밖 풍경을 보고 멍때리거나, 책을 읽었죠) 산책하러 나갈 때도 음악을 듣는 식의 멀티태스킹을 하지 않아 봤어요. 자기 전, 잠 깬 후 휴대폰을 보지 않기 위해 전화기를 방 바깥에 두기도 했고요, 화면 대신 라디오 소리로 아침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몇 가지는 아직도 유지하고 있는 습관이에요. 

OH 결론부에 이르렀을 때 우리가 생각한 '집중력'이 하나의 의미만을 뜻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독자는 이야기가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는 평을 남긴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이 책은 '산만함에서 삶의 주도권 되찾기'를 이야기하고 있지 않나 생각하는데, 편집자로서 이 책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어떻게 말하고 싶은가요?

강 책 후반부, 특히 결론부에 이르렀을 때 저자는 집중력 위기가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처음엔 뜬금없다고 여겼는데, 요즘의 SNS나 여론 형성 과정을 보면 마냥 부정할 수 없었어요. 이슈가 타올랐다가 식는 기간도 짧아지고, 논쟁이나 토론도 극단적으로만 흐르는 경향이 커졌고요. 많이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안에 대해서도 여론이 금방 끓고 식어버리는 걸 보고 개인의 집중력 위기가 민주주의 혹은 공론장의 위기로 맞닿아있다는 점을 깨닫게 됐어요. 개인과 사회 그리고 세계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주도권’이랄까, ‘목소리’를 점점 잃어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내가 온전히 나로 살고 싶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OH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는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신 작가가 오랜 시간 꾸준히 지금의 현상에 대한 원인을 알아내고 그 과정을 공유하고 있어요. 이 점에 대해 독자들의 반응도 호불호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출간을 준비하며 이 점에 대해 많이 고민하신 것으로 아는데, 편집자의 입장에서 독자들이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였으면 하나요?

강 출간 1년이 지난 요즘도 종종 블로그, SNS에 올라오는 독자 후기를 찾아보곤 하는데요. 많은 분들이 다양하고 또 새로운 관점의 리뷰를 올려주셔서, 편집자인 제가 놓치거나 보지 못한, 혹은 새롭게 들여다봐야 할 세상과 책과의 접점을 발견하게 되는 재미가 있습니다. 자기계발서로 생각하고 봤는데 이거 완전 ‘빨간 책’이구나! 하는 감동의 후기부터(주4일제를 주장하고 기존의 경제성장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한다는 점에서),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야, 해결책은 없잖아” 아쉬움 담긴 후기까지요. 후자의 의견을 주신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라면, 저자가 꺼낸 열두 가지 집중력 도둑과 한번 척 질 작정을 해보시라고, 그러면 얼마나 스스로 달라지는지 경험해 보실 거라고요. 주 4일도 쟁취해내고(저도 함께 외치겠습니다), SNS 알고리즘의 사회적 문제에 대해 국회 청원도 하고(함께 하시죠), 종이책 독서 시간도 늘려가는 식으로요😄

OH “집중력을 도둑맞아서 아직 못 읽은 책 1위” 독자들의 후기가 재미있었고, 그 내용을 그대로 상세 페이지 등 홍보에 활용하는 점 또한 재미있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독자 후기를 소개한다면요?

강 책 구절 중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나는 살면서 트위터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활동했을 때(팔로어와 리트윗의 측면에서)가 인간으로서 가장 쓸모없을 때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떤 분이 트위터에 이 페이지를 캡처해서 올려주셨는데. 그걸 쓴 분도, 그걸 본 저도, 그걸 리트윗하고 공감했던 분들까지. 모두 트위터 안에 있었다는 사실이 아주 아이러니했습니다. “진심 뼈 맞는 중”이라는 말이 남 일 같지 않았죠.

OH 최근 30만 부 기념 에디션이 나왔습니다. 이제 화제의 책을 넘어 스테디셀러가 되었는데, 앞으로 또 준비하고 있는 일이 있을까요? (요한 하리 작가님의 내한 계획이라든지..)

강 물론이에요! 내년엔 요한 하리의 신간 포함해 다양한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내한도 추진하려고 합니다. 작년과 올해, 신작을 쓰느라, 신작을 파느라 바빠서 한국에 못 왔거든요. 기대해 주세요😎

『도둑맞은 집중력』을 꼭 읽어야 할 이유 3가지

'그래서 집중력 어떻게 높이는 건데?'라고 접근한다면 이 책이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인류가 살아가는 삶의 흐름, 그리고 그 속에 존재하는 개인이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할지 '집중력'이라는 키워드 안에서 의식을 깨워주는 책이었어요. 개인적으로 요즘 점점 더 '생각할 시간 없이', '생각하지 않고' 사는 것 같다는 문제의식이 있어서 그런지 이 책이 흥미로웠는데요. 편안함 속에 안주하며 사는 위태로움과 일상적이어서 의식하지 못했던 것들을 깨워보기 위해! 한 번쯤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어머, 내 집중력 도둑맞는지도 몰랐잖아...😵'

지난 38호에서는 괜찮지 않은 나를 위로할 용기를 알려주는 책, 『만일 내가 그때 내 말을 들어줬더라면』을 만나봤습니다. 1BITE 구독자분들과 위로의 경험을 나눠봤어요. 나를 위로하는 방법은 잘 모르더라도 우리 누구나 힘든 때 주변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은 경험이 있을 텐데요, 그 경험을 떠올리며 나 스스로를 위로해보는 것 어떨까요?

우리 주위의 사람들은 칭찬에 생각보다 인색해요. 나 자신에게 하는 칭찬마저 어색할 정도니까요. 당장 오늘 있었던 일이에요. 업무에서 실수가 너무 잦고, 해내는 일보다 좌절되는 일이 더 많다고 느끼면서, 이 일을 그만하겠다는 마음을 상사에게 비췄어요. 평소엔 상대에 대한 인정이 거의 없으신 분이었는데, 가만히 생각하시다가 한마디를 해주셨어요. "이곳이 안 맞았던 걸 수도 있어요, 일을 포기하지 말고 다른 곳에서도 한번 해봐요. 일 잘하는데 아까워서 그래." 평소 저에 대한 검열을 끊임없이 하기에, 이 말이 반신반의였어요. 그런데 마지막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왈칵 나오더라고요. 상사분이 그렇게 생각하고 계신 줄도 몰랐고, 마냥 못하는 사람이라고 제가 제 기를 죽이기만 했었는데, 이 한마디로 위로를 받았습니다.

정신과 선생님들 또한 정말 많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나종호 선생님이 유퀴즈에 나오셨을 때 이야기들 듣고 저도 눈물을 글썽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풍요로워지는 요즘 시대이지만 갈수록 정신적으로는 힘들어져 가는 거 같아요. '비교하지 않고 가진 것에 감사한다면 덜한텐데'라는 생각을 떠올립니다. 다들 행복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