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BITE] 다들 그렇게 사는데, 나만 힘들다고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이벤트)

2024. 7. 30.

[🍽1BITE #38] 다들 그렇게 사는데, 나만 힘들다고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잖아?

안녕하세요, 에디터 AN입니다. 찜통더위가 이어지는 요즘, 다들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시죠? 최근에 저는 위가 아파서 참다가 결국... 가족 손에 이끌려 응급실에 다녀왔습니다. 다행히 큰 이상은 없었지만, 처음 가본 응급실은 생각보다 비싸고 피곤한 곳이었어요. 병원비를 결제하며 일찍 병원에 가지 않은 제 자신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아프고 나니 왜 병원 갈 타이밍을 몰랐나 싶으면서도, 이 정도 아픈 건 참을 수 있다 생각한 저를 떠올렸어요.

참을 수 있는 아픔이란 어느 정도일까요? 몸이 아프건, 마음이 아프건 우리는 곧잘 이 정도는 참을 수 있다, 참아야 한다 생각하는데 그 기준은 어디쯤에 있는 걸까요?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 말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남들도 힘든데 이 정도는 참자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오늘의 나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괜찮나요, 괜찮지 않나요? 오늘은 아픔에는 정도가 없고, 괜찮지 않음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건네 줄 책 『만일 내가 그때 내 말을 들어줬더라면』을 소개합니다.

─ 오늘의 Chef. 문주연 (『만일 내가 그때 내 말을 들어줬더라면』 편집자)

“가장 좋은 위로의 말은 무엇인가요?”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예일대학교 정신과 나종호 교수에게 조세호 씨는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한 번쯤은 다들 궁금해했을 질문 아닐까요? 힘들어하는 가족에게, 연인에게, 친구에게 대체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몰라 쩔쩔맸던 기억이 누구에게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전에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혹시 ‘나 자신’에게 공감하고 위로해 본 적은 있느냐고 말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3명 중 2명이 번아웃, 무기력,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적극적으로 심리 상담소를 찾거나 정신과에 방문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은 12.1%로, 같은 아시아 국가인 일본(20.0%)에 비해서도 무척 낮지요. 마음이 힘든데도 적절한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나종호 교수는 ‘자꾸만 남과 비교하는 버릇’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래도 너는 ○○보다는 상황이 낫잖아”, “너는 적어도 직장은 안정적이잖아” 같은 말들, 익숙하지 않나요? 사실상 그런 말들이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그런 말을 상대에게 건네고, 또 무의식중에 스스로에게도 던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들 이렇게 사는데 뭐’, ‘나만 힘든 건 아니니까’

고통의 크기를 타인과 비교하는 버릇은 우리가 곪은 마음을 끌어안고도 힘들다고 내색할 수 없는 이유이자, 지친 스스로를 도리어 탓하게 되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나종호 교수 역시 20대 시절, 불안감과 우울로 일상생활조차 불가한 수준에 이르렀음에도 ‘남들은 나보다 훨씬 힘든데도 잘만 지내는데, 나는 왜 이렇게 나약할까?’ 같은 생각으로 자책만 계속했다고 해요. 심리학을 전공했으며, 정신과 의사를 꿈꾸는 의학도였음에도 말입니다.

🕳️심장을 부여잡고 떨던 정신과 의사 지망생

나종호 교수는 책의 서문에서부터 젊은 시절 이야기를 차곡차곡 꺼내놓습니다. 임상심리학자를 꿈꾸던 그는 미국 유학을 위해 공부에만 매진했습니다. 비록 공부가 조금 버겁긴 했지만, 목표도 명확했고 곁에 든든한 친구도 있었기에 그는 자신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갑자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한 그날이 되기 전까지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공부하던 중, ‘덜컥’ 하는 느낌과 함께 심장 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심박 수는 점점 더 빨라졌고, 도저히 앉아 있기 힘든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순간 그런 생각이 뇌리를 스쳤습니다. ‘왜 이렇게 불안하지?’ 빠른 심박 수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깊은 불안에서 비롯되었던 것입니다. 불안감은 점점 그의 몸을 하나하나 고장 냈습니다. 분당 100회 이상의 심박인 ‘빈맥’ 증상이 일상처럼 나타났고,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는 입술이 파르르 떨렸습니다. 만성적인 불안은 우울감을 동반했고, 우울은 뇌 기능까지 마비시켰습니다. 집중력은 저하되어 공부조차 하기 힘들었고, 교수님의 간단한 질문에도 머리가 새하얘져 입 한번 떼지 못했습니다. 뇌가 다시는 제 기능을 못할 것 같다는 비관이 들 때쯤, 그의 머릿속엔 이런 생각이 가득했습니다.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다. 아침에 눈을 뜨면 그냥 아무도 나를 모르는 어딘가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다.’

🤕나약해서 아픈 게 아니라 아플 만 해서 아픈 것이다.

그토록 심각한 상태였음에도 나종호 교수는 정신과나 심리 상담의 문을 두드리지도, 심지어 친한 친구들에게 자신의 상태를 고백하지 못했습니다. 다들 비슷하게 사는데 나만 힘들다고 말하면 나약한 사람으로 보일까 봐. 심지어 나종호 교수는 책을 집필하는 동안에도 ‘이게 정말 책에 담을 만한 내용일까? 나보다 훨씬 힘들었던 사람에게는 너무 하찮아 보이지 않을까?’라며 수 번이나 자문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아픔을 당당히 고백합니다. 누군가의 주관적 고통을 비교하는 일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아프면 나약한 게 아니라 아플 만 해서라는 걸 이야기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죠.

고통의 크기는 비교할 수 없는 차원의 것이란 사실은 너무나도 자명합니다. 각자가 느끼는 주관적 감정이니까요. 마음의 고통은 온전히 그 감정의 주인만의 것이지요. 그럼에도 우리는 자꾸만 고통을 비교하면서 ‘이 정도면 괜찮은 건데’라며 자신을 타이르고 설득합니다. 자신의 감정조차 검열하는 것이지요. 나종호 교수는 시간이 흐른 지금, 정신과 의사의 시선으로 과거의 자신과 비슷한 마음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책하지 말라고 공감과 위로를 전하며, 우리가 이토록 힘든 이유를 적확하게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합니다.

⏸️초고속 트레드밀에서 이제는 잠시 내려와도 될 때
그는 지금처럼 쉴 새 없이 달리는 트레드밀 사회가 계속된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스스로에게, 타인에게 절대 너그러워질 수 없을 것이라 지적합니다. 내 신발도 벗겨질지 모르는 사회에서 어떻게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고 그의 상황을 공감해 줄 수 있겠냐고 묻습니다. 누군가의 힘들다는 SOS 신호에도 “너만 힘드냐? 나도 힘들다” 같은 쌀쌀맞은 한마디가 나오는 것 역시 같은 이유 때문이겠지요.

그는 우리 사회가 너무 성장에 익숙해진 나머지 모든 이에게 숨 가쁘게 뛸 것을 강요하는 특유의 ‘노력의 성공 신화’는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지쳐도 쉬지 못하고, 번아웃이 와도 참기만 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나종호 교수의 다정한 위로와 이야기를 읽다 보면 절로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앞으로는 솔직한 내 마음속 이야기에 더 귀 기울이겠다고, 그리고 누군가가 지치고 힘들다는 고백에 ‘나만 아픈 줄 알았는데, 사실 너도 그렇게 힘들었구나’라며 따뜻하게 토닥여주겠다고 말입니다.

🎶오직 함께일 때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우울과 불안이 닥쳤을 때 무엇보다 힘든 이유 중 하나는 이 시간이 끝나지 않을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시리고 차가운 겨울의 끝에는 따뜻한 봄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요.

뮤지컬 〈하데스타운〉의 오르페우스는 그렇게 봄을 노래합니다. 혹독한 겨울과 가난 앞에 갑작스레 사랑하는 아내 에우리디케를 잃지만, 포기하지 않고 에우리디케를 찾기 위해 지하세계로 향합니다. 과연 오르페우스의 노래는 길고 긴 겨울을 끝내고 봄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를 찾아 지하세계로 떠나는 뮤지컬 〈하데스타운〉은 우리가 아는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이외에도 헤르메스와 페르세포네, 하데스까지 모두 신화 속에서 그대로 가져왔어요. 수천 년 전 신화 속 2개의 사랑 이야기는 무대 위에서 자연스럽게 교차하며 삶의 희망과 사랑을 전합니다.

아름다운 음악과 메시지, 넘치는 볼거리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하데스타운〉에서 직접 만나보세요.

자료 출처 : 에스엔코

🌹1BITE 구독자분들을 〈하데스타운〉에 초대합니다!

수천 년 전 신화의 새로운 변주 그리스 로마 신화에 현대적 해석을 가미한 뮤지컬 〈하데스타운〉 한국 공연을 꼭 보고 싶은 이유를 알려주세요. 추첨을 통해 3분에게 관람 기회를 드립니다.

공연 초대일: 8월 17일 토요일 오후 7시 공연
초대 인원 : 당첨자 본인 + 동반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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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일 내가 그때 내 말을 들어줬더라면』를 먼저 만난 1BITE팀의 리뷰

몇 해 전부터 얼굴 빨개짐이 심해 병원을 가야겠다 생각했어요. 처음엔 홍조인가 싶었는데, 무슨 말을 꼭 해야지 싶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처럼 살짝만 긴장해도 얼굴이 빨개져서 내 감정 아닌 감정을 노출하게 되는 거예요. 마음이 불편해져서, 피부과를 갈까 하다 이게 과연 레이저로 가능한 일인가 싶어 속을 다스려보자고 한의원에 갔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니 불안 증세였다는 걸 깨달았어요.

늘 해오던 일들 속에 불안도, 긴장도 아니라 생각했는데 나 자신이 힘든 걸 무시하고 지냈네요. 위가 아파 응급실에 간 것도 아마 스트레스 탓이었겠죠. 이 정도는 힘든 것도 아니다, 늘 생각했는데 ‘이 정도’의 기준은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나에게도, 친구에게도 그 정도도 힘든 것 맞다고, 괜찮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해주며 서로가 위로가 될 수 있길 바라봅니다.

─ editor AN

우울, 불안, 무기력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많이 있습니다. 그때의 나는 어떤 상황이었고, 그때의 나는 어떤 마음이었는지,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는지... 글과 영상으로 쏟아지고 있을 만큼 우리에게 우울이란 더 이상 숨겨야 할 것은 아닌가 봅니다. 그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나종호 선생님의 이야기가 다르게 다가왔던 부분은 우울을 어떻게 이겨내는지 보다 우울과 불안을 어떻게 이해하고 공감할지를 알려주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제목처럼 그때의 나를 위해 내가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남겼나 봅니다. 애써 우울과 불안을 외면 중인 사람이나 힘든 시기를 겪어낸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사람에게 나종호 선생님의 글이 위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editor OH

‘어떤 아픔이든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가족, 친구, 연인, 직장 동료 등 주변 사람이 힘들 때 어떤 위로의 말을 건네야 좋을지, 어떤 말이 적절할지 몰라 고민했던 적이 많습니다. 다른 사람의 어떤 말을 건네는지 참고해 보기도 하고요. 위로의 말 또는 마음을 건네는 나만의 방법이 있나요? 기억에 남는 위로를 얘기해도 좋아요.

답변 남기고 책선물 받으세요🤭

지난 호에서는 지금 가장 확실한 행복을 알려주는 책 『제철 행복』을 만나봤습니다. 지난 레터는 행복이 이렇게 가깝고 흔한 것이었다는 것을 느끼며 즐겁게 준비했었는데요, 구독자 여러분들도 읽는 동안 즐기신 것 같아 좋았습니다. 그중 몇 분의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 여러분은 어떤 절기에 태어났나요? 내가 태어난 날의 절기를 찾아보며, 절기의 특색과 그때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저는 춘분에 태어났어요! 다들 그러실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생일에 누가 태어나고 누가 죽었고 무슨 날인지 확인 해보고... 저만 그런 걸까요? 그래서 진즉에 3월 20일이 춘분인 건 알았는데 기간 자체가 절기라는 건 오늘 레터 덕에 처음 알았네요. 저는 언제나 이 무렵부터 슬슬 봄이 느껴져서 좋아요! 물론 여전히 추워서 꽃샘추위라는 말이 있지만, '아 곧 봄이 오겠구나' 싶어서 설레더라고요! 그저 제 생일에 걸쳐져 있어서 춘분을 좋아했는데, 이제는 절기 자체에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 둥둥 님

동지를 며칠 앞두고 태어났어요! 팥죽을 먹거나 달력을 선물하는 등의 전통은 서서히 사라지는 추세라 아쉽지만, 이맘때쯤 사람들이 다가올 크리스마스, 연말, 그리고 새해에 들떠 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아요. 사람들이 많은 곳을 그다지 반기진 않지만, 이때만큼은 따뜻한 유자차 한 잔 양손에 쥐고 흥성거리는 거리를 거니는 게 작은 기쁨이랍니다. 들뜬 공기와 사람들의 해사한 미소를 느낄 때 비로소 겨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 ming 님

💬 절기의 매력은 그 계절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춘분/하지/추분/동지는 특히나 계절의 가운데에서 자리한 대표적인 절기죠. 모든 절기를 챙길 수 없다면 이때만이라도 각 계절의 정취를 느껴보면 좋을 것 같아요.

🍪 이번 레터를 읽고 난 소감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이번 레터도 이렇게 소중한 책 한 권을 알게 되었네요! 한 해를 사계절이 아닌 이십사계절로 나눈다? 이런 건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이번 레터를 통해 계절의 속도에 발맞춰 걸으면서 지금의 행복을 즐기는 법, 앞으로의 행복을 기다리는 법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레터였어요. 행복해지기 위해 시간을 내서 행복해지는 법 또한 생각해 보지 않고 그저 주어진 일, 앞으로 해야 할 일들에만 집중했던 것 같은데 책을 통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책 소개와 함께 1BITE팀의 후기까지 수요일 오전 시간 너무 알차게 보낸 것 같아요.

─ 조해인 님

마침 얼마 전에 완독한 책이 보여서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레터를 클릭했어요. 책을 읽는 내내 오늘의 행복 요소는? 지금 절기의 행복감은 뭘까? 하면서 즐겁게 읽었던 것 같습니다. 레터를 통해 그때 그 기분이 다시금 느껴져서 좋았어요.

─ 다나 님

제철 과일만 생각했는데 『제철 행복』이라니 잊고 있던 것을 깨닫는 기분이었습니다. 사실 제철 과일도, 그 시기에는 비싸서 못 먹는 경우가 많아요. 엄마께선 제철 과일도 못 먹고 산다고 타박하시지만, 뭐든지 그때만이 누릴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기가 지나면 팍 상해버리는 것처럼요. 제철에, 시기를 놓치지 마시고 모두 ‘제철 행복’을 찾아 영위하시길 바랍니다.

─ 슈웅 님

💬 매번 레터를 준비하며 '이번 편은 재밌을까?'라는 의심과 불안이 있는데, 사실 이번 편은 그런 불안함보다는 '재밌을걸?'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ㅎㅎ 실제로 즐겁게 읽었다는 피드백이 많아 더욱 기분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매주 수요일 찾아오는 책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 지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