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알맞은 때에 느끼는 갓 잡은 행복

안녕하세요. 에디터 OH입니다. '행복 심리학자'라 불리는 서은국 교수는 『행복의 기원』을 통해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고 했습니다. 행복이란 거대한 계획과 목표가 아니라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얻는 것이고 그렇게 얻은 행복을 통해 우리는 생존해 나가는 것이라고요. 하지만 바쁘게 살다 보니 잠깐의 행복은 미루기 일쑤고, 행복에 대한 기대는 커져만 갑니다. 행복의 빈도를 높이는 방법을 잊어버린 우리에게 때마다 찾을 수 있는 행복을 알려주는 책이 있습니다. 오늘 1BITE 가이드를 통해 소개할 책, 『제철 행복』(김신지, 인플루엔셜)입니다.

장마와 무더위가 한창 기승인 요즘, '처서 매직'을 기다리게 됩니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말처럼 신기하게도 처서 즈음(8월 22~23일경)부터는 후덥지근하던 공기가 마법처럼 시원해지곤 합니다. 처서와 같은 '절기'는 1년을 24개로 나누어 계절의 변화를 민첩하게 알려 주는데요, 『제철 행복』은 절기에 맞게 즐기는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1년을 행복으로 가득 채우는 『제철 행복』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책을 만든 허문선 편집자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에디터 OH 안녕하세요. 본격적인 질문에 앞서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OH 『제철 행복』은 ‘절기’를 테마로 그때에 가장 알맞은 행복을 찾아 나가는 24가지 이야기를 묶었습니다. 사실 요즘은 기후변화로 ‘제철’‘절기’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데요, 주제로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OH 지나고 오는 한 계절을 기다릴 줄만 알았지, 이십사계절로 촘촘히 나누어 행복해질 기회를 찾는다는 것에서 작가님은 참 디테일한 사람 같다고 생각했어요. 한 사람으로 본 작가님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었나요?

허 글에서 묻어나듯이 김신지 작가님은 땅에 떨어진 도토리들 모자의 디테일이나, 처마 아래 고인 물웅덩이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섬세하고 세심한 분이시죠. 그런데 제가 만난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작가님은 굉장히 ‘고수’이시고, 시원시원한 반전 매력도 있으시답니다. 저에게 ‘대지없(대세에 지장 없음)’이라는 말도 가르쳐주셨어요.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 힘을 빼지 말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현명한 습관이 몸에 배어 있으신 거죠. 독자의 눈에 보기 좋고 읽기 좋은 글을 위해서라면 공들여 쓴 글도 거침없이 빼버리시기도 하고요. (그렇게 뺀 글은 저만 봤습니다. 부러우시죠?) 책을 만들면서 일잘러 작가님께 오히려 제가 배운 점이 많아요. 

무엇보다 작가님은 조용하지만 강한 에너지가 있는 분이랍니다. 작가님과 있다 보면 그 에너지가 전염(?)돼서 더 긍정적인 쪽으로, 다같이 좀 더 행복해지는 쪽으로 한 걸음 내딛고 싶어져요. 아마 김신지 작가님을 아는 분이라면 모두 동의하실 거예요.

사실 이 모든 매력이 이 한 권의 책 구석구석에 스며 있어요. 이 책은 김신지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이자 1년간의 성실한 기록이기도 하면서, 24절기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담은 책이기도 하고, 제철 행복을 찾는 삶의 방식을 권하는 가이드이기도 해요. 작가가 지닌 성향과 오랫동안 활동하며 쌓인 발자취가 반영된 결과물인 거죠. 그 사람의 매력과 개성을 자유롭게 담을 수 있다는 게 에세이 장르의 매력일 텐데 특히 이 책을 만들면서 그런 점을 많이 느끼고 배운 것 같아요.

OH 컨셉/테마가 뚜렷한 책이다보니 마케팅이나 홍보 아이디어도 재밌는 게 많이 나왔을 것 같아요. 제가 본 것 중에 ‘나의 탄생 절기 찾기’라는 콘텐츠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러 아이디어 중에 실제로 반응이 좋았거나 효과가 좋았던 기획은 어떤 것이었나요? 그런 마케팅이나 홍보 방안을 마련하는데 있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준비했나요?

허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상상하고 나누는 즐거움이 참 많았고, 그중 여러 가지가 실현되기도 했습니다. 나의 탄생 절기를 찾아주자는 것도 그중 하나였어요. 파주의 사적인서점과 함께 신청 독자의 생일을 받아서 커스텀 사인을 해드리는 출간 프로모션을 했는데 반응이 뜨거웠어요. ‘제철 행복단’이라는 서평단을 모집해서 나만의 제철 행복 아이디어들을 나누거나 인증샷을 올려달라고 했는데 다른 책에 비해 참여도가 높기도 했고요. 이 책은 특히 독자들의 참여나 행동을 이끌어내는 힘이 강한 것 같아요.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절기라는 것에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그때그때 계절에 맞는 홍보를 해나가려 하고 있어요. 처음 배너 카피를 쓸 때 초여름이니까, “꽃놀이, 두릅전, 반바지… ’제철 행복‘ 챙겼나요?” 이렇게 썼던 기억도 나네요.

OH “휴대폰 달력에 24절기를 메모하고 제철숙제를 하는 재미가 쏠쏠하네요”라는 어느 독자리뷰처럼, 챕터의 끝마다 제철 숙제가 있습니다. 또, 편집자님의 책 리뷰를 보면 김신지를 따라 1년을 살아보는 경험을 하고 나면 ‘이 책을 읽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라고 남긴 말이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어느 독자님보다 먼저 이 책을 따라 살아보셨을 것 같은데, 그 후기를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나만의 제철 숙제가 생겼는지, 그리고 나를 더 기쁘고 설레게 만드는 절기(계절)가 생겼는지 궁금합니다.

허 정말로, 제철 행복을 찾으며 사는 방식을 한번 경험해보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돼요. 지금 지나는 계절을 인식하는 새로운 감각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저도 철마다 작가님이 예시로 주신 제철 숙제들을 성실하게 하고 있고, 북토크 행사를 갈 때마다 독자분들의 제철 숙제 아이디어를 주워 오기도 해요. 저는 ‘곡우생’인데, ‘곡식을 기르는 봄비’라는 곡우의 의미를 알고 난 후로 그 무렵이 더 좋아졌어요. 이제 『제철 행복』이 출간된 절기로 기억하게 되기도 하겠네요. 사실 저는 ‘여름인간’이라 여름을 편애하는 편인데, 이 책을 만들면서 겨울에 대한 원망(?)이 많이 사라졌어요. 그래서 올해만큼은 처음으로, 겨울이 조금 기다려지기도 합니다.

OH 사실 제가 이 책을 처음 본 건 한 독립서점에서였어요. 5월 작가의 책상으로 전시가 되었었는데, 찾아보니 독립서점과 함께 파주에서 산책 모임을 하기도, 한강공원으로 소풍을 떠나기도 하고, 가장 최근엔 소서를 맞아 수목원에서 북토크를 하기도 했어요. 절기에 맞게 작가님을 만나는 이벤트가 있었는데, 어떻게 준비하게 된 이벤트였나요? 기억에 남는 일이나 참여자의 후기 같은 것도 나눠주세요.

허 망원동 ‘작업책방 씀’의 ‘작가의책상전’을 보셨군요! 또 다른 계절 천재(!) 요리 작가님의 24절기 일러스트와 함께 이 책과 관련된 소품이나 사진 들을 5월 한 달간 전시하고, 맥주 마시며 북토크도 했던 행사였어요. 유독 이 책은 절기마다 동네서점을 비롯해 다양한 단체나 공간과 함께 재미있는 홍보를 많이 하고 있어요. ‘입하’에 ‘입하얀꽃(책에서 입하 무렵에 피는 흰 꽃을 부르는 말)’ 관찰 산책 이벤트라든가, ‘하지’에 요리 공방에서 하지 감자 요리를 먹으며 한 북토크, ‘소서’에 수목원에서 직접 기른 허브 음료와 함께한 북토크도 있었어요. 이 책을 좋아해주시는 곳에서 먼저 재미있는 제안을 보내주시는 경우가 많아요. 저도 『제철 행복』과 김신지 작가님 덕분에 다양한 협업 경험을 많이 해보고 있네요. 8월에는 대전, 군산, 원주, 구미, 제주 등 지역 서점들을 찾아가는 행사들도 준비되고 있어요. 책 표지에 쓰인 ‘춘분’ 일러스트 속에 배낭을 메고 길을 떠나는 사람이 있는데, 꼭 표지 그대로 된 것 같다고 작가님과 이야기하곤 해요.

OH 이 책은 한 번에 쭉 읽어내려가기보다, 조금씩 아껴서 그 계절과 절기를 맞이하기 전에 펼쳐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편집자님이 독자님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 책을 100% 즐기는 방법이 있을까요?

허 『제철 행복』은 다양하게 즐기는 매력이 있는 책인데요. 꼭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되어서 부담이 없어요. 우선, 절기가 입기일(入氣日) 하루가 아니고 기간이라는 점을 이해했다면, 내가 태어난 절기부터 한번 읽어보라고 말씀드려요. 나는 이런 좋은 계절에 태어난 사람이구나, 알게 되면 그 절기가 특별해져요. 이 무렵 알게 모르게 해온 루틴이 있는지, 없다면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도 생각해본다면 ‘제철인’을 향한 워밍업 완료!
두 번째로는 말씀하신 것처럼 실제 지금 지나고 있는 절기에 맞춰 읽는 거예요. 지금 ‘대서’니까, 대서부터 시작해서 절기가 바뀔 때마다 한 편씩, 1년에 걸쳐 읽으면서 작가님이 걸어본 대로 제철 행복을 찾아보는 거죠. (사실 저희 대표님도 이 방식으로 읽고 계신데 책 덕분에 다음 절기가 기다려지신다고….) 책을 곡우에 출간해서 벌써 일곱 번째 절기를 맞고 있는데, 입기일마다 독자분들이 인증샷을 우르르 올려주시는 걸 보면 너무 신기하고 귀여워요.
세 번째는 역시 순서대로 읽어보는 것일 텐데, 입춘의 설렘에서 시작해 소만, 망종의 생동을 지나 오붓하고 안온한 소한과 대한에 이르면, 1년을 빠르게 살아본 것 같은 충족감이 있거든요.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읽고, 제철 숙제를 심어두면서 읽는다면 이 책을 즐기는 100%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제철 행복』이 당신에게 필요한 이유 3가지

이 책은 계절 레시피를 담은 요리책과도 같습니다. 오늘 저녁엔 뭘 먹지? 필요한 레시피를 찾아 책을 펼치는 것처럼, 이 계절은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작년엔 어떤 옷을 입었더라 하는 것처럼 계절이 오기 전에 펼쳐보고 싶어요. 한번에 다 읽기 보다 조금씩 아껴두었다가 계절이 오기 전에 읽어보고 그 계절을 더 기쁘게 맞이할 수 있는 책. 계절을 맞이하는 일도, 내가 하루를 살아가는 일도 더 소중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36호에서는 황모과 작가님의 신간 『그린 레터』를 소개했습니다. 한국의 SF를 사랑하고 이주한 사람들에게 다정한 안부를 보내고 싶었다는 작가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이야기인데요, 아직 못보신 분들은 지금 파란 글씨를 누르세요! 황모과 작가님 만큼이나 SF를 사랑하는 1BITE 구독자분들의 이야기도 함께 나눕니다.

─ birdcheese 님

『마지막 증명』이라는 책을 함께 읽었으면 합니다. 『그린 레터』와 비슷하게 주인공이 또 다른 주인공에게 메일을 전송하는 장면 위주로 진행되는 소설책으로, ’닿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을 때의 편지와 ’닿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을 때의 편지의 형식이 얼만큼 달라질 수 있는지, 우리는 상대방에게 마음을 보여 줄 때 어느 정도의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지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이 책을 다 읽고 편지에 후회 없이 마음을 전부 적어 낼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을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zizon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