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BITE] 안녕하셨나요? 안부를 전하고 싶은 당신께.

2024. 7. 16.

[🍽1BITE] 안녕하셨나요? 안부를 전하고 싶은 당신께. (그린레터)

👋 지난 한 주도 잘 지냈나요?

안녕하세요. 에디터 OH입니다. 매일 쓰는 이 말, '안녕하세요'의 의미를 아시나요? 무심코 내뱉는 말이지만 '그동안 탈 없이 무사하냐' '별일 없었냐'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났든, 매일 같이 보는 사이든 가장 먼저 건네는 이 말에는 그동안의 안부를 묻는 다정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다정한 마음을 말이 아닌 특별한 것에 담아 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도대체 어떤 것에 마음을 담는지, 또 그 마음은 어떤 마음이었는지 찾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지난 한 주도 안녕하셨길 바라며 오늘의 레터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의 맛 『그린 레터』입니다.

─ 오늘의 Chef. 정지혜 (『그린 레터』 편집자)

말하지 않아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까지 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마치 키우는 사람의 마음이 새겨지는 '비티스디아'의 잎처럼요. 『그린 레터』에 등장하는 ‘비티스디아’는 잎맥에 키우는 사람의 마음이 새겨지는 특별한 식물입니다. 가상의 민족 ‘쿠진족’은 이 비티스디아를 키우며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기도 하고 이야기를 후대에 남기기도 하죠.

후대에 이 식물은 멸종되고, 얼음산국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이륀은 비티스디아에 남겨진 이야기를 해석하려 애씁니다. 그리고 이 잎새에 아주 가슴 아픈 이야기가 새겨져 있음을 알게 돼요. 결혼을 앞두고 한순간에 나라를 잃은 연인 로밀야와 푸룬의 이야기죠. 둘이 살던 마을 사이에, 하루아침에 철조망이 세워지고 둘은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서로를 그리워하며 곳곳을 떠돌아요.

"푸룬아, 너는 나의 여행을 시작하게 해 줬어.

이 여행의 모든 길에서 나의 반려였어.

네가 나를 그리워한 것 이상으로

나는 너를 그리워했어."

🍃 흩어진 사람들, 디아스포라

푸룬과 로밀야를 주인공으로 그려지는 언어와 문화를 가졌지만 국가가 없는 ‘쿠진족’의 이야기를 보다 보면 나라와 말을 잃은 경험이 있고, 분단된 우리 민족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도 먹고 살기 어려워서, 타의에 의해 흩어진 디아스포라가 세계 곳곳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것이 쿠진족의 이야기는 소설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시선을 현실로 이끄는 이유입니다.

이 외에도 현실과 닮은 부분이 있습니다. 잎을 편지로 선물하는 것은 중국 징포족의 문화를 모티브로 하여 변형했고, ‘그린 레터’라는 제목은 미국 비자 신청 시 서류 미비 등의 이유로 발급 거절을 통지할 때 사용하는 녹색 용지를 ‘그린 레터’라고 부르는 것에서 기인했어요. 그래서 저는 황모과 작가님의 이야기를 ‘그들을 우리로, 과거를 현재로 호명하는 이야기’라고 정의합니다. 황모과 작가님의 소설은 우리가 발붙이고 있는 현실을 빼놓고는 성립하지 않아요. 그리고 그 현실을 매우 섬세하면서도 끈질기게 그려냅니다.

📬“만약”이 그려낸 위안과 위로

푸룬과 로밀야의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고 비티스디아 잎을 통해 후대의 연구원 이륀에게 전해집니다. 잎사귀가 정말로 메시지를 드러내는지 궁금해 시작한 이륀의 연구는 난항의 연속입니다. 그러던 중 의문의 메일로부터 멸종한 줄 알았던 비티스디아가 적도 근처에 숲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며 비티스디아 해석의 실마리를 찾아냅니다. 이륀이 그 비티스디아 잎을 해석해 냄으로써 푸룬과 로밀야의 사랑은 비로소 완성됩니다.

저는 이 과정이 과거에 나라를 잃은 아픔을 겪었거나 지금도 이방인으로 어딘가에서 외로워하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준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이야기가 끝끝내 살아남아 완성될 것이고, 닿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 안부가 결국은 닿을 것임을 보여주니까요. SF라는 장르적 특성 덕분에 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전할 수 있는 위로인 것 같아요.

편집하면서 많이 울었고, 또 그만큼 위로받은 책이에요. 우리 모두 안부를 전하고 싶은 누군가가 있잖아요. 당장 안부를 물을 수 있다면 그건 행운이고, 이제는 이야기를 전하지 못하게 된 사람이 있을 수도 있죠.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부를 물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지 못해요. 마지막 안부가 당장 오늘이 될 수도 있죠.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읽는다면 『그린 레터』의 이야기가 더 가슴 깊이 와닿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읽기 전에 휴지를 꼭 준비하시고요!

이번 호에는 특별한 분과 함께합니다. 바로 『그린 레터』 속 쿠진족과 비티스디아 세계관을 만든 황모과 작가님입니다. 오직 1BITE 구독자들을 위해! 『그린 레터』를 더욱 맛있게 읽을 수 있도록 황모과 작가님이 답변해주었습니다.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 작가의 말에서 “SF를 읽고 쓰면서 내가 얻은 중요한 깨달음과 통쾌함은 일상적 언어를 통해 익히 알던 세계가 뒤집히는 일이었다” 라고 남기셨습니다. 이번 책에서는 어떻게 이를 구현하셨나요?

저는 사유의 전복성을 앞에서 치고 나가는 한국의 SF문학을 굉장히 좋아해요. 애써 구축한 세계를 엔딩에서 닫아버리는 이야기는 선호하지 않아요. '세상은 다 그런 식이지' '원래 인간은 그래'라든지, 공수래공수거 이런 부류의 테마가 나오면 굉장히 좋아하지 않고요. 그래서 저도 이번에 『그린 레터』를 쓰면서 어떤 식으로든 세계 구축과 전복을 구상했는데, 흔히 이산하고 흩어진다고 이야기하는 것들이 인간이 인지하지 못하는 어떤 영역에서 연결되고 또 확산한다는 저 나름의 발상을 담아 보았습니다.

❓ 1BITE를 통해 『그린 레터』를 읽게 될 독자분들에게 『그린 레터』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소개해 주신다면요?

저는 '안부'라는 키워드를 꼽아보고 싶어요. '사랑'이라는 말은 표현하기도 드러내기도 어렵잖아요. 그것보다는 안부를 궁금해하는 건 덜 어려울 거란 생각이 들거든요. 국경을 넘어 드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람들도고립감 같은 공통된 정서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경계를 넘어 드는 모든 사람들, 또 탈주하려는 모든 사람들에게 건강하시길 안부를 묻고 싶습니다.

『그린 레터』는 원래 단편 소설이었다고 해요. 초기 원고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장편으로 확장하면 좋겠다는 편집팀의 의견으로 지금의 이야기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단편에서도 이야기의 줄기는 같았고, 장편으로 확장되며 나라나 등장인물들의 뒷이야기 등 디테일한 설정들이 조금 추가되었다고 합니다. 푸룬과 로밀야 외에도 다른 쿠진족의 이야기도 궁금해지는데요, 『그린 레터』로 SF의 매력을 제대로 느낀 1BITE팀의 리뷰를 나눕니다.

⭐ 『그린 레터』를 먼저 맛 본 1BITE팀의 리뷰

'소설은 좋아하지만 SF는 글쎄...' 그런데 저 색안경 끼고 있었나 봐요? 이른 휴가에 이 책을 챙겨갔는데, 비행기에서 눈물을 참느라 혼났습니다. SF도 처음이지만 디아스포라에 대해서도 이번에 알게 됐어요. 남과 북으로 갈라진 이 나라에 살기에 더 감정이입이 되는, SF가 처음이라 신선했고,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라 더 좋았습니다. 결혼이라는 게 다르게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 하는 것이잖아요.

주인공인 푸룬과 로밀야는 삶의 방식도, 사랑하는 방법도 다르지만 사랑이라는 한 줄기의 이야기를 그려나갑니다. 가상의 이야기지만 현실과 닮아 SF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었던 책이었어요.

─ editor AN

💬 로맨스와 SF의 조합은 『그린 레터』의 큰 매력이죠. 평소에 SF라는 장르를 어렵거나 멀게 느꼈다면, 『그린 레터』를 입문작으로 추천합니다. 사랑 이야기에 잘 버무려진 SF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으니까요.

이야기 자체도 흥미롭게 읽었지만, 작가의 말이 유난히 기억에 남습니다. 일본 사회에서 이주민으로서 살았던 경험, 재일조선인을 만났던 경험에서 느낀 점들을 바탕으로 이번 이야기를 썼다는 작가님의 말을 보면서 그들의 안부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고, 그런 점에서 이 이야기가 또 다르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한편으로 만약에 비티스디아가 있다면 어떨지 생각해봤는데, 못된 마음마저 다 들통난다고 하니 아찔하더라고요. 소설이라 참 다행이었습니다.

─ editor OH

💬 황모과 작가님은 늘 현실의 문제에 깊이 공감하고 진심으로 가슴 아파하죠. 그런 지점이 SF임에도 현실을 재현하는 핍진성을 부여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현실에 정말로 비티스디아가 존재한다면, 전해지지 못한 수많은 마음이 주인을 찾아가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저도 해보았습니다.

SF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그린 레터』에서도 잎사귀에 키우는 이의 마음이 새겨진다는 설정은 SF판타지에 가까운데요, 거기에 난민이나 내전 문제들이 겹치게 되죠. 과학적인 설정과 환상을 덧입혔지만,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이 오늘의 우리와 다르지 않아서 이야기에 좀 더 몰입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SF를 어려워하더라도 이 책을 통해 입문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렇듯 SF의 매력은 특수한 상황과 설정임에도 현실의 문제와 고민을 곱씹게 한다는 점인데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SF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추천하고 싶은 작품도 알려주세요!

답변 남기고 책선물 받으세요🤭

지난 호에서는 여름 휴가를 더욱 완벽하게 해줄 책을 추천하면서 여러분의 여름 휴가 계획, 시원한 여름을 위한 꿀팁을 물어봤습니다. 지금부터 구독자분들의 답변을 함께 읽어볼게요!

🍪 나만의 특별한 여름 휴가 계획이나,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는 꿀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진정한 휴가는 ‘휴가’의 문자 그대로 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령 휴가라고 계획 잡은 여행지에서조차 쉬지 못하고 계속 다음 일정을 생각하고, 동선을 계획하는 건 ‘쉼’과는 거리가 멀죠. 그래서 북스테이를 가려고 합니다. 간단한 세면 용품과 잠옷만 챙겨서 가고 휴대전화 전원은 끄고 좋은 경치에 취해 책을 읽으려고 합니다. 출퇴근하면서 읽는 전자책에선 완전한 몰입을 못하더라고요. 하차할 정류장을 지나치지 않았나 신경 써야 하니까요. 꼭 1박을 하지 않더라도, 북카페에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시며 시간의 흐름에 신경 쓰지 않고 책에만 빠지는 것이야말로 시원한 여름 휴가 아닐까요? 생각만 해도 신나네요.

─ 슝슝 님

저는 고3이라 재미없겠지만 공부하면서 여름을 보내려고 해요! 다만 시원하게 아이스크림도 먹고, 친구들이랑 종종 카페 가서 공부하기도 하고! 휴식을 위해 책도 꾸준히 읽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전시회를 열어서 하루 정도는 전시회에 다녀올 생각이에요. 짧지만 알찬 2주간의 방학! 즐겨보겠습니다 :D

─ 마인 님

💬 화려한 휴가가 아니더라도 잠시 여유를 갖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다들 멋진 여름 휴가 계획 같습니다. 마음껏 즐기시길요!

🍪 오늘 소개한 책 중에서 가장 궁금한/읽고 싶은 책이 있었나요? 책 이름과 함께 어떤 점이 끌리는지 알려주세요.

『파랑을 가로 질러』가 짧은 휴가 기간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인 것 같아요. 책 표지가 시원한 바다를 보는 듯 하기도 하고요!

─ 늘예솔 님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 읽어보고 싶어요. 워낙 소문이 자자해서 관심 있던 책인데 여름 휴가 때 들고 가서 선배드 위에서 읽어 보고 싶네요.

─ 김미연 님

『흐르는 강물처럼』의 소개 문구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끝없이 상실을 마주하고, 좌절의 밑바닥으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그러한 인생을 흐르는 강물처럼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요즘의 저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하루 일어났다가도 내일부터 사흘을 주저앉는 게 인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어나서 잘 걷는 날이 지속됐으면 좋겠어서 책을 읽어보고 싶습니다.

─ 모카 님

💬 휴가철에는 소설이 제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다른 세계로 떠나는 시간이 될 테니까요. 어떤 책이라도 좋습니다. 올 여름을 대표할 나만의 책 한 권을 찾으시길요.

🍑 지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