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이 과학자는 드넓은 대자연에서 동물뿐 아니라 식물에도 마음을 빼앗겼던 거예요. 비글호와 함께한 5년간의 긴 탐험에서 '식물학자'의 마음가짐을 갖추고 돌아온 다윈은 약 40년의 여생을 런던 교외에 있는 자기 집 뒷마당의 정원과 온실에서 보냈습니다. 자신의 아이들, 친척들, 친구들을 조수로 삼아 밤낮 없이 식물을 관찰하면서 말이죠.

그의 아들 레너드의 말처럼 그는 "게임 같은 과학 실험을 할 때에는 한 명의 어린아이"일 뿐이었어요. 아내의 모자에 달린 장식용 조화로 벌들을 유인하거나 자기 발톱을 식충식물에 먹이는 우스꽝스러운 실험은 한때 동료 과학자들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죠. 만약 다윈이 그런 시선에 아랑곳하는 인물이었다면 인류의 역사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다윈의 식물 사랑은 도통 말릴 수 없는 것이었고, 그가 주변의 온갖 식물을 기르고, 자르고, 가두며 남긴 모든 기록은 훗날 6권의 식물학 저서와 75편의 논문으로 남아 식물생리학과 생태학, 진화에 관한 현대 연구의 토대가 되었죠. 마냥 괴짜였던 것 같은 그도 식물에 대해 친구와 나눈 대화를 보면, 식물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최근 식물 관리에 큰 관심이 있어서 그런지 다윈이 “식물학은 동물학만큼 흥미롭다”라고 말했다는 부분을 공감할 수 있었어요. 사실 다윈이라고 하면 비글호를 타고 여행하는 탐험가의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다 보니 정원에서 식물을 연구했다는 그의 모습이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식물 그림을 보면서 막연하게 아름답다는 생각은 많이 했지만, 다윈의 연구와 함께 보니 이 그림이 하나의 연구일지로 느껴졌습니다. 요즘 길을 다니면 파릇파릇한 새싹과 꽃들을 볼 수 있는데, 지나치지 않고 주의 깊게 살펴보려고요. (사진은 직접 발아시킨 아보카도입니다🥑)

 ─ editor OH

처음 보는 꽃 이름을 알아냈다 또 잊고 마는 일을 반복하면서, 매일 수목원에 발 도장까지 찍게 된 저는 요즘 정원의 매력에 흠뻑 빠져 지낸답니다. 식물을 좋아하다 보면 식물 세밀화까지도 관심이 부쩍 가는데요. 표지에 담긴 세밀화가 눈길을 확 끌었어요. 다윈의 연구 일지만 읽기에는 너무 어려울 것 같은데 무려 보태니컬 아트 황금기(!)에 그려진 식물화와 더 알기 쉬운 식물 정보까지 함께 담겨있어 식물 애호가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책이에요. 집에서 키우거나 어디서 보았나 했던 식물들을 함께 찾아보는 재미까지 정원 생활이 더욱 풍부해질 것만 같아요. 표지에 그려진 여름꽃, 동그란 잎에 오렌지빛 꽃이 아름다운 한련화는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야생화인데요. 비 오는 여름날 다윈이 사랑한 식물들과 함께 멋진 식물 여행을 차근차근 즐기고 싶어지네요.

  ─ 식집사 동글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