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사랑하는 사람들을 시간에게 하나씩 내어주는 과정이라 볼 수도 있어요. 빅토리아의 인생만 봐도 돌아가신 부모님과 살해당한 애인, 떠나보낸 아기까지, 상실의 연속이었습니다. 빅토리아는 이후 두 가지 결심을 합니다. 하나는 애증으로 얼룩진 고향을 떠나겠다는 것, 그리고 부모님의 유산인 과수원의 복숭아나무들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것. 하나는 스스로 선택한 상실이고, 하나는 끝내 상실을 맞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죠.

🍑 그럼에도, 복숭아나무를 지킬 수 밖에 없는 이유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고작 복숭아라니, 그걸 지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하지만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게 그것뿐이라면 얘기가 달라질 것 같습니다. 애초에 상실이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거지만, 직업과 소명은 노력의 범주 안에 있으니까요. 빅토리아는 복숭아나무를 뿌리째 다른 땅으로 이식하는, 당시로서는 실험적이었던 시도를 감행하며 복숭아나무들을 지켜냅니다. 복숭아나무는 모든 걸 앗아간 운명에도 불구하고, 생명력을 회복하겠다는 그녀의 의지를 나타내요.

우리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끝없이 상실을 마주하고, 좌절의 밑바닥으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책의 제목 ‘흐르는 강물처럼’은 인간사의 보편성을 잘 담고 있어요. 그리고 이 제목은 빅토리아의 연인 윌슨 문이 남긴 말이기도 합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살 거야.

 그게 인생을 사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흐르는 강물처럼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인간이 댐을 짓고 물길을 막아도 결국 물은 아래로 흐르듯이, 인생에서 만나는 역경이 우리가 흐르는 방향 자체를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요?

📺『흐르는 강물처럼』 가상 캐스팅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인간은 한 번만 살기 때문에 소설을, 문학을 읽어야 한다. 한 여성의 삶을 대리 체험하며 삶의 경험을 확장해 볼 수 있는 기회.”라는 평과 함께 좋은 이야기, 깊은 이야기를 갈망하는 독자들을 충족시켜 줄 작품으로 추천했습니다. 영화화가 된다면 주인공 빅토리아는 누가 좋을지도 뽑아주셨는데요. 『흐르는 강물처럼』을 더 알고 싶다면 영상을 시청해 주세요!

소설 초반은 로맨스 소설처럼 설렘이 느껴졌어요. 하지만 이 책은 빅토리아의 성장 소설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사랑을 계기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을 통해, 결국 우리는 모두 고난과 역경, 상실 속에 살아가지만 이를 회복하는 힘 역시 우리 안에 있음을 말해줍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갑자기 고전에 대한 관심으로 영화 <제인 에어>를 찾아봤는데요. 영화를 보고 나니 책이 무척 읽고 싶어졌어요. 영화에 생략된 인물의 감정과 흐름, 풍경 묘사는 어떨까 궁금하더라고요.

글을 읽으며 눈앞에 장면이 펼쳐지는 듯한 묘사에 여러 번 감탄했습니다. 빅토리아의 생각과 감정도 치밀하게 묘사되어 글을 읽어 나갈수록 과몰입할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책 제목인 흐르는 강물처럼 살아가는 것은 결코 순탄한 삶을 말하지 않습니다. 바위에 부딪혀도 뚫고 나가기 좁을 길을 만나도 어떻게든 흘러가는 강물처럼 아픔과 상처를 뚫고 지나가야 한다는 뜻이니까요. 긴 분량의 소설이지만 계속해서 읽고 싶은, 문학이 주는 매력이 가득 담긴 작품이었습니다.

 ─ editor 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