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려면 먼저 바보가 되어야 한다

그런 생각 해보신 적 있나요? 내가 천재였다면 내 인생이 얼마나 편했을까 하는 몽상 같은 것 말이죠. 노력하지 않아도 모든 걸 수월하게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아내는 천재의 삶은 얼마나 멋질까요. 이 책에서 만나게 될 아홉 사람은 다름 아닌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이니 천재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을 거예요. 실제로 운도 좋고 재능도 뛰어났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선택한 길은 타고난 재능에 기댄 채 무리하지 않고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오히려 물리학자의 업은 ‘바보가 되는 것’에 가까울 겁니다. 학자는 속성상 답을 모르는 질문에 도전하는 사람들인 데다가 물리학자들이 연구하는 대상은 무한한 우주의 물리적 질서니까요. 좀처럼 ‘알았다’라는 우월감에 취할 일은 없었습니다. 질문 하나에 답을 얻으면 바로 다음 질문이 시작되지요.

사실 답을 모르는 질문을 마주하는 건 꽤 가혹한 일입니다. 내 무력함과 무지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을 물리학에 바쳤고 놀라운 발견을 일군 그들의 동력은 무엇일까요? 아홉 명의 수상자는 삶도 성격도 판이한 사람들이지만 그들과의 대화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두 개의 가치가 있습니다. 바로 호기심과 쓸모없음입니다. 당장의 외부적인 인정에 급급하다면 지난하고 긴 연구에 매달릴 끈기를 갖기 어렵고, 유용성이라는 현재에 속한 가치에 제한된다면 진짜 혁신을 이루어내기 어렵습니다. 호기심을 좇을 때 앎은 그 자체로 보상이 되고 즐거움이 됩니다. 실패조차, 이 방법으로는 안 된다는 앎으로 이어집니다.

과학자로 이룰 수 있는 가장 큰 영예에 도달하고 나서도 그들은 여전히 새로운 이론으로 도전하고 실험을 거듭하는 중입니다. 상을 탔다고 공부가 끝난 것은 아니니까요.

🤓방구석 괴짜와 세상을 바꾸는 천재의 차이

이들 물리학자에게는 우리가 예상치 못한 면모도 하나 있습니다. 그들은 학문에 푹 빠진 사람들이지만 미디어의 편견과는 다르게 자기만의 관심사를 중얼거리고 일상생활은 모르는 외골수가 아니에요. 보통 사람은 가늠도 할 수 없을 만큼 먼 시간과 공간을 헤매며 사는 물리학자들이지만, 탁월한 성취를 이루고 인정받기까지 그들에게 결정적이었던 기술들은 지극히 지상의 것이었습니다.

현대 사회의 물리학 연구는 누군가가 혼자 천재적인 발상을 떠올리면 그것으로 세상이 바뀌는 것이 아니거든요. 정부의 펀딩을 받아야 하고, 초기관, 초국가 협력을 통해 연구하고, 전 세계의 과학계에 검증받아야 하지요. 그 과정에는 연구의 가능성을 알리기 위한 소통 능력, 타인의 기여를 알아주는 섬세함, 여러 기관의 협력을 끌어내는 리더십 등 높은 사회성이 요구됩니다. 이 책에서 만날 사람들은 원래 사회성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그 필요성을 깨닫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노력했던 사람들이에요. 현대사회를 개인적인 사회라고 말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어떤 것도 혼자 해낼 수 없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자기 아이디어에만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과학도 결국 사람 간에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을 깊이 인식했던 이들이 모두가 천재인 분야에서도 한 끗 차이를 만들어냈던 것이지요.

💓알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설렘에 대하여

이들 중 상당수는 아흔이 넘었어요. 하지만 물리학의 새로운 가능성과 이론을 말하는 그들의 목소리에는 흥분과 총기가 가득합니다. 평생 알 수 없는 것에 도전했던 그들의 마음은 노화를 모르는 것만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만들며 계속 주목하게 되었던 것은 그들의 겸손이었습니다. 이 겸손은 자신감 결핍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그것은 그들의 연구가 수많은 동료뿐만 아니라 그 이전에 온 무수한 학자들의 성공과 실패 위에 쌓였다는 깊은 인식이었고, 비판 앞에서 상처받는 대신 새로운 사실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존심보다 앎을 앞세우는 태도였으며, 실패는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니 그래도 궁금한 것에 도전하는 용기였죠.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본질을 중심에 두고 살 때 가능한 선순환이 보이는 동시에 삶에 대한 시선을 재고하게 합니다. 너무 어렵게 보이는 삶의 과제들, 예측할 수 없는 하루하루는 우리를 위축시키지요. 하지만, 알 수 없다는 건 사실 설레기도 한 것 아닐까요?

이 책을 보고 질문부터 떠올랐습니다. 과연 편집자는 이 책의 분야를 어떻게 잡고 싶었을까? 이렇게 색깔이 분명한데 또 이게 잘 버무려져서, 책이 주고 싶은 메시지가 더 명확하게 보였어요. 물리학자라서, 물리학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신선하고 흥미로웠어요. 어쩜 나는 그보단 덜 힘들게 살고 있진 않을까, 생각하면서 과학자의 호기심이 순수함으로 비쳤습니다.

  ─ editor AN

한 달에 두 번, 메일함에 와있는 원바이트를 볼 때마다 또 어떤 내용의 뉴스레터일까 기대하면서 읽어보곤 했어요! 저도 업무 때문에 뉴스레터를 만들어봐서 쉽지 않다는 걸 잘 아는데 매번 디자인도, 내용도 너무 좋아서 감탄하면서 본답니다! 원바이트의 1주년 축하드리고, 앞으로도 좋은 내용 기대하도록 하겠습니다:D

작가와의 대화를 엿볼 수 있음 좋겠어요. 가끔 좋아하는 작가들의 북콘서트를 정말 가고 싶지만, 직장인들의 저녁이 으레 그렇듯 예상치 못한 초과근무에 매번 실패하고 있어요. 이런 제 바람, 1BITE에서 이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