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크만은 평생을 스포츠와 함께해 왔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힌 적이 있는데요.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를 소설의 소재로 삼고 싶어서 ‘베어타운 시리즈’를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동시에 스포츠의 어두운 면 또한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팀 스포츠에서는 보통 팀의 성적이 좋으면 가치가 올라가고, 그러면 그 팀의 구성원 개인도 가치가 올라가게 됩니다. 하지만 팀의 성적이 좋지 않으면 가치도 떨어지고, 덩달아 개인의 가치도 평가절하되기 마련이지요.

스포츠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고방식이기는 하나,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우리는 아주 어릴 때부터 무언가를 능숙하게 해내거나 잘하면 인간으로서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주입받으며 자라납니다. 배크만은 그 사고방식을 비판하고자 ‘베어타운 시리즈’를 집필한 것은 아니었을까요?

사랑과 증오, 기쁨과 슬픔, 분노와 용서. 스포츠는 그 모든 걸 하룻저녁에 맛볼 수 있다고 장담한다. 오직 스포츠만 그럴 수 있다. - 『우리와 당신들』 중에서

베어타운의 사람들은 모두 긴밀하게 얽혀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실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갈고리로도 연결되어 있기에 누군가가 몸을 너무 빨리 돌리면 다른 모두의 심장이 뜯겨 나올 수도 있’습니다. 현실 속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모두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어떻게든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교류하게 됩니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사람이지요. 이때 누군가를 소외하거나 범죄 생존자를 비난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건강한 관계를 맺기 위해 우리는 상대방에 대한 비난과 혐오보다는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줘야 할 것입니다.

결국 『베어타운』, 『우리와 당신들』, 『위너』는 모두 하키를 다룬 책이 아닙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을 다룬 책입니다. 이것이 곧 갈등과 혐오, 미움이 더 익숙한 지금, 우리가 더더욱 ‘베어타운 시리즈’를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 독자들이 간절히 기다려온 베어타운 시리즈의 피날레, 『위너』

올해 초, 농구 경기에서 기량을 뽐내는 고등학생들이 전국적으로 주목받았던 것처럼, 스포츠에 몰두하는 청소년의 모습은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베어타운 시리즈’에도 전 세계 독자들(과 한국어판 번역가 및 담당 편집자)의 심장을 후벼판 멋진 하키선수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주인공 마야와 친구 아나의 관계도 흥미롭습니다. 어렸을 때 한 번쯤 꿈꾸었던 ‘단짝 친구’라는 로망을 두 사람을 통해 대리만족할 수 있다고 할까요. 함께 울고 웃으며 애정이 생길 만큼 배크만의 인물 묘사는 무엇보다 탁월한데요. 책을 덮은 뒤에도 등장인물의 이야기를 더 알고 싶어진다는 점에서 ‘베어타운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위너』를 간절하게 기다린 독자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

그렇기에 우리는 현실에서 아무리 팍팍한 일을 겪어도, 그의 소설을 읽으며 다시 한번 인간에 대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베어타운 시리즈’의 번역을 모두 맡은 이은선 번역가는 배크만을 가리켜 ‘우리의 가슴속 아주 깊은 곳, 있는 줄도 몰랐던 그곳을 건드리는 것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작가’라고 평한 바 있는데요. 그의 소설은 가슴 깊은 곳에 잠들어 있는 희망을 일깨운다는 점에서 저는 이 말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어떤 절망과 악이 삶을 덮치더라도, 우리는 결국 서로를 위해서 살아가는 수밖에 없는, 서로가 없이는 살 수 없는 인간이라는 것. ‘베어타운 시리즈’의 완결판 『위너』는 이런 그의 메시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수작입니다.

우리는 악을 물리칠 수 없다. 우리가 건설한 세상의 가장 견딜 수 없는 점이 그거다. 악은 근절하지도 어디 가두지도 못한다. 그걸 없애겠다고 폭력을 쓰면 쓸수록 악은 문 틈새와 열쇠 구멍으로 스며나오며 점점 더 강력해질 뿐이다. (...) 우리에게는 그것에 대항할 무기가 없다. 그것에 대처할 수 있도록 사랑이라는 선물을 받았을 뿐이다. - 『위너』 중에서

'25년 동안 나밖에 모르던 나에게 나보다 소중한 사람이 생겨버렸다.'

사람들의 감정을 심도 있게 파헤치는 작가 배크만이 나밖에 모르는 사람이라니! 그의 충격적인 고백이 가장 먼저 관심을 끄는 작품 『나보다 소중한 사람이 생겨버렸다』는,  그의 진짜 현생을 담은 배크만의 첫 에세이입니다.

여러 소설에서 일관되게 말해오고 있는 '사랑'이라는 주제는 그의 에세이에서도 잘 드러나는데요. 아내를 향한 고마움, 그리고 이 모든 글의 시작이 되어준 아들에 대한 애틋함을 담은 그의 글을 보고있자면, 이런 지독한 사랑꾼이 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자신의 감정까지도 너무나 잘 표현하는 배크만의 따뜻한 에세이 한 권, 어떠신가요?

좌절과 굴욕을 겪은 아니는 마야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스스로를 다잡아 갑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외모,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알 만큼 설레는 직장, 잘생기고 돈 많은 남자친구… 상처 입은 속내를 감추고 누구보다도 강해 보이기 위해 아니는 여러 가지 방패로 자신을 지키려 하는데요. 끝내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신의 피해 사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가해자를 응징합니다. 이 책은 슬프게도 저자 제시카 놀이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상처를 극복하는 한 여성의 처절한 노력을 다룬 충격적이고도 강렬한 이야기, 『럭키스트 걸 얼라이브』. 넷플릭스 영화로도 나와있으니 함께 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책 읽고 키워드 간단히 정리해보기‘를 설명해주신 부분이 요새 저의 고민 사항을 해결해줄 실마리로 보였습니다. 책읽기뿐만 아니라 책과 책을 연결하기에 더욱 수월해질 것 같습니다.

저는 기록 중독자(?)라 정말 많은 걸 기록하는데요, 가장 꾸준한 건 아침 일기입니다. 저는 저녁 대신 눈을 뜨자마자 아침에 일기를 적어요. 다음날까지도 머리에 남아있는 여러 생각, 감정들을 글에 훌훌 털어버리고 내친김에 오늘 무엇을 해야 할지도 적어놓으며 머릿속을 정리 및 조직화해요.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 아침부터 정신없이 이것저것 일을 바로 시작하기보단 생각을 종이에 덜어내면 정신이 한결 가벼워지더라고요!

‘나’, ‘과거’, ‘미래’ 
기록은 ‘과거의 나‘를 적어서 ‘미래의 나’를 찾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은 아무리 인상 깊은 사건이 있어도 까먹게 되기 마련이에요. 그러면 그저 흘러가는 일로 변하겠죠. 사실 짧은 한 줄이라도 적어둔다면, 그 사건이 앞으로의 내 삶에서 계속 인상 깊은 일이 될 수도 있거든요. 기록은 내가 겪고 느낀 소중한 과거들이 쌓여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게 해주는 것 같아요.